장홍열 < 전 한국신용정보 사장 >

할머니, 어머니 이전 세대부터 여성들에게는 괴로움 슬픔 아픔을 참아
내게하는 인고의 습속이 있었다.

마음의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엽전표면이 닳도록 손에 굴리며 참는
것은 인고전이라 했다.

또 가혹한 시집살이에는 옷을 누비며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인고봉
이라 했다.

최근에는 입시철만 되면 사찰에 가서 연주알을 헤아리며 합장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두가 앞으로의 좋은 결실을 위해 구도자의 자세로 돌아가 고통을
이겨내는 인간 연단의 참 모습인 것 같다.

골프를 해본 사람들은 한타를 줄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헤아리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 것이다.

"머리 얹은" 초보자가 100의 벽을 허물거나 중급자가 90의 벽을, 상급자가
80의 벽을 넘는 순간을 맞이하는 그 날은 자신의 골프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기록하는 것이다.

골프에 입문하게 되면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골프와 인생철학을 갖게
된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다음 네 가지로 되어 있다.

첫째는 티샷이고 두 번째는 페어웨이샷, 세 번째는 이프로치샷, 마지막으로
퍼팅이다.

이 네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되면 골프와 인생을 원만히 결합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주말 골퍼나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이 네 가지 중에 가장 잘하는
부분이 분명 한 두 부문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실전에 임하면 좋은 스코어에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티샷의 드라이브 싱글이 있는가하면 페어웨이샷의 천재, 어프로치샷
의 도사, 퍼팅의 귀재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네 가지를 위해 각고의 수련에 미지땀을 뻘뻘 흘리며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며 단련의 시간을 보낸다.

현대 심리학에서 똑같은 일의 계속적인 되풀이는 괴로움이나 슬픔을 참는
방편으로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것이 현대는 IQ시대가 아니고 EQ시대, 즉 감성지능의 배양으로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생의 철학이 될 수도 있다.

요즈음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골프가 어쩌면 안성맞춤의 운동인지도
모르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