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가 소리소문없이 왔다 갔다.

지난 3일 입국해 6차례의 연주회를 마치고 17일 출국했지만 클래식애호가들
도 정씨의 연주회 소식을 몰랐을 정도로 조용했다.

대부분 작은 무대에서 꾸민 초청공연이었기 때문.

정씨는 내한기간중 온누리교회(14일) 이화여고(16일)에서 각각 교회성도와
동문들을 초청해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공연수입은 실직자돕기와 이화여고 장학금을 조성하는 데 보탰다.

금호갤러리(9, 10일)에서도 두차례 공연했다.

이 역시 "정트리오" 시절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박성용 금호 명예회장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것이었다.

6차례 연주중 부산 전주에서만 일반관객앞에 섰을 뿐이다.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정씨가 이렇듯 조용한
고국연주회를 가진 건 무엇 때문일까.

음악계 인사들은 그가 선택한 곡에서 단서를 찾고 있다.

정씨가 이번에 연주한 곡은 모두 모차르트 소나타.

43곡에 달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소나타 중 30여곡을 소화했다.

정씨는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등 거의 모든 작곡가 곡을 섭렵했다.

그러나 모차르트 만큼은 예외였다.

사실 정씨에겐 모차르트가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섬세하고 명징한 터치가 필요한 모차르트는 정열적이고 다이내믹한 그의
연주스타일에 맞지 않아 그동안 공식연주와 레코딩을 피해왔던 것이다.

정씨는 금호갤러리 공연이 끝난 뒤 "모차르트가 항상 나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다"면서 "이젠 그 벽을 넘어서야 할 때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씨의 이번 내한공연은 결국 모차르트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한 시도로
보여진다.

최상의 모차르트 연주를 들려주고 레코딩하기 위한 "몸풀기"인 셈이다.

따라서 완벽하지 않은 연주로 고국관객 앞에 서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오는 9월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큰 무대가 기다려진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