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

그는 환자 얼굴만 보고도 질병의 상태를 알아내는 재주가 있었다.

하루는 왕이 소문을 듣고 그 의사에게 왕진을 청했다.

왕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한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신하들이 당황해 그 이유를 물었다.

의사는 "왕의 안색이 좋지 않아 며칠후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왕은 화가나서 의사를 죽이고 가족까지 처벌했다.

그런데 며칠후 그 왕은 의사의 말대로 회의를 하다가 급사했다.

의사는 목숨을 잃었지만 그 명성은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의사는 왕의 얼굴을 보고 질병상태를 판단할수 있을까.

한의학에서는 안색, 소변 혹은 대변의 색, 얼굴의 모양새 등을 관찰해
질병의 유무와 환자의 치료경과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망진"이라고 한다.

단순히 눈에만 보이는 것만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

정신세계에 감춰진 것까지 꿰뚫어 보는 진찰법이다.

특히 얼굴에 나타나는 색은 질병을 진단하는 훌륭한 지표다.

사람의 얼굴빛은 청.적.황.백.흑 오색중의 하나를 띠게 된다.

여기서 색깔마다 가진 독특함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안면의 윤택한 정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기를 관측하게 된다.

얼굴 뿐이 아니다.

신체의 다른 부위의 색을 보기도 하고 분비물의 모양도 관찰대상이다.

이런 "색진"에서 중요한 것은 색의 변화보다 기의 변화를 보는 것이다.

기의 변화가 양호하면 색의 변화가 악성이라도 질병의 상태는 괜찮아질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박영배 <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