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일 벤처 등 미래산업을 포함한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은 "빅딜" 등 "큰"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우중 회장은 "우리는 산업계 사람인 만큼 정부 정책에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제대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업종 대표들이 회장단에 합류하면서 예고된 전경련
회장단 회의의 변화가 구체적인 방향을 잡은 셈이다.

전경련이 추진키로 한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산업과 미래산업에 대해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다.

우선 기존 산업 발전책은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전제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

가동률 제고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존 주력 산업을 첨단화,고부가가치화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전경련은 자체 산업동향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날 회장단 회의에서 보고된 "월간 실물동향 모니터"가 그것이다.

그동안 전경련은 한국은행 통계청 등의 보고서를 재가공한 자료를
활용했었다.

경기 흐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바탕 위에서 회장들의 현장 감각이
보태지면 실제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속속 나올 것으로 전경련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설비와 신규 투자에 대해서도 전경련은 매월 회장단 회의를 통해
논의키로 했다.

지난 8,9일 아시아 경제계 지도자회의에서 논의된 대로 아시아 차원에서
과잉설비 축소 등이 결정됐을 때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도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통해서 하기로 했다.

또 일본을 중심으로 한 역내국과 내외 기업간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미래산업 발전방안의 경우는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유망사업에 대한 투자를
전경련이 선도키로 했다.

전경련은 현재 부설 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유망산업과 관련해서는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전경련은 현재 부설 국제산업협력재단을 통해 벤처기업 현황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 하반기 중으로는 2백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회사도 만들기로 했다.

전경련은 이를 통해 21세기에 우리나라가 승부를 걸 사업들을 찾아내기로
했다.

이날 회장단 회의 직후 열린 전경련 회장단 고문단 오찬간친회에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이 초청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이 자리에서 남궁 장관은 "미국에서는 1천여 벤처캐티털리스트들이
1천억달러의 자금력으로 유망벤처기업을 헌팅(hunting)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벤처에 관심을 가져야 우리나라가 정보화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같은 방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민간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를 발족할 것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국가차원의 경쟁력
강화기구를 운영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같은 주력 산업을 7~8개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신산업을 지속 발굴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