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씨는 2년 전 다른 사람이 발행한 어음을 한장 가지고
온 친구로부터 이 어음을 할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마침 이씨는 가진 돈이 없는지라 자기가 어음을 할인해 주지 못하고, 대신
금전거래를 많이 하는 친구 한 사람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씨가 소개한 사람은 금전거래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관행이
그렇다고 하면서 이씨가 어음에 배서를 해 주면 어음을 할인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친구의 급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씨는 배서 한번 해서 무슨 문제가
생길까 하는 소박한 생각으로 친구가 가져온 어음에 배서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그 어음의 지급 날짜 전에 이씨의 친구는 어음할인을 해준 사람에게
찾아가서 3개월치의 이자를 주고 지급일을 3개월 미루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급기일이 다가왔을 때에는 그 어음을 처음 발행한 사람이
망하는 바람에 결국 어음은 부도가 나버렸습니다.

어음 할인을 해서 어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발행인으로부터 어음에 적힌
금액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씨 소개로 어음을 할인해 주었던 사람은 어음을 할인한지 2년이 지난
요즘에 와서 이씨에게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씨는 자기가 대신 물어줘야 하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약속어음이란 것을 많이 사용합니다.

약속어음을 받은 사람은 어음의 뒷면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후에 어음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어음금을 융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음 뒷면에 이름을 적는 것을 배서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어음을 갖게 된 사람은 어음에 적힌 날짜가 되면
처음 어음을 발행한 사람에게 어음에 적힌 금액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부도가 났다고 하는 것은 바로 어음을 발행한 사람이 돈이
없어 어음에 적혀진 날짜에 돈을 주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렇게 부도가 났을 경우, 어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기보다 앞서 배서한
사람에게 어음에 적힌 금액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음에 배서한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음지급기일에 어음금을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이것을 법률용어로 지급을 위한 제시라고 합니다.

지급제시라는 것은 어음에 적힌 지급 날짜 또는 그로부터 이틀 이내에
어음에 적힌 지급 장소에 가서 어음을 요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지급제시를 해야만 배서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이씨의 경우에는 어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씨의 친구와 협의하여 지급
날짜를 늦추는 탓에 제 날짜에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와서 이씨에게 대신 돈을 달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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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