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을 돌리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원자재를 들여와야 하는데
은행과 해운업계간 싸움으로 화물을 들여올수 없게 됐다.
은행들은 종전과 같은 LG만를 발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해운업계는
국제표준양식에 맞춰 LG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입 업체들만 원자재를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의류업체인 신원은 인도네시아 대만등에서 수입한 원사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당장 원사를 들여와야 한다.
선박회사들은 국제표준 LG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은행은 종전양식대로
LG를 발급하고 있다.
신원 관계자는 "20만달러 상당의 원사를 들여오기로 했으나 물건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며 "여러곳에 전화를 하고 부탁을 해서 긴급한 한두건의
물건을 찾았으나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수입원자재를 찾지 못해 공장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중소업체인 자오무역은 대만에서 15만달러 상당의 폴리에스터섬유 원단을
수입했다.
부산에 원단이 도착했으나 아직까지 손에 넣지 못했다.
이 회사 홍성규 대리는 "와이셔츠 생산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당장 원단이
필요하다"며 "은행과 선박회사의 싸움으로 공장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은행연합회 선박대리점협회 선주협회 등 관련단체에는 "화물을
찾게 해달라"는 무역업체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 무역업계 =무역협회 산하기구인 화주협의회는 최근 벌어진 사태와 관련,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은행과 해운업계간 싸움으로 수출입 관련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
이다.
7일 오후 산업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 중재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키로
했다.
화주협의회 김길섭 화주협력팀장은 "양측이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으면 수출입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해운업계 ="은행이 발급해온 LG는 문제가 있다"며 이달초부터 받지 않고
있다.
국제선박단체인 P&I(Protection & Indemnity)클럽에서 제시하는 양식대로
LG를 작성해 줄 것을 은행에 요구하고 있다.
P&I클럽 표준LG는 기존 은행발급 LG에 비해 은행의 보증책임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화물 인도로 발생할수 있는 손실이나 비용을 은행이 부담해야 하고 화물
억류 또는 압류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도 은행이 보증해야 한다.
하자가 발생할 경우 화물가격의 2백%까지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
해운업계는 "은행이 발급한 LG로는 법의 보호를 받을수 없기 때문에
P&I클럽 LG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상선 부산지사 윤규환 차장은 "수입상이 은행발급 LG를 제시하고
화물을 찾은후 부도를 내면 선박회사가 손실을 떠안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 말했다.
윤 차장은 "은행들이 LG발급용지를 지점에 비치하고 있기 때문에 위조되는
사례마저 생기고 있다"며 "크레임을 당하면 현행법상 선박회사들이 일방적
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P&O네들로이드 선박회사 유득종 수입팀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P&I클럽
표준LG를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이제부터 국제기준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은행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요구하는 P&I클럽 표준LG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은 부산 인천 등 항구도시에 있는 은행지점에 P&I클럽 표준LG를
작성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
은행연합회 마상천 국제업무팀장은 "은행들은 무역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LG를 발급해 왔을 뿐"이라며 "선박회사들이 제시하는 P&I클럽 표준
LG는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마 팀장은 "대부분 은행이 8천원에서 1만원만 받고 LG를 발급하고 있는데
화물손실을 최고 2백%까지 보증하고 기타손실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전망 =은행과 해운업계가 LG발급에 대해 빠른 시일내로 타협책을 찾지
못하면 수출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입되는 화물의 30%가 LG를 통해 들여오고
있다"며 "자금사정이 약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이 특히 타격을
입을수 있다"고 우려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