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과학기술 두뇌들이 모여 있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벤처열풍이
불고 있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무기로 창업대열에 뛰어드는 연구원들이
잇따르면서 대덕단지가 종전의 단순 연구개발기지에서 생산과학도시로
바뀌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조성 20여년만에 "파생창업(spin-off)"의 확산에 힘입어
신흥산업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대덕연구단지에서 벤처창업과 함께 독립한 연구원은 모두 1백여명에
이른다.

지난해까지 대덕단지에서 연구원들이 창업한 경우가 모두 60여명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3년전만 하더라도 연구원 창업은 1년에 겨우 1-2명에 머물렀다.

가히 "창업열풍"이라고 할만 하다.

벤처처창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통신분야 최대 연구소인 전자통신연구원
(ETRI).

올들어서만 이곳에서 60여명의 연구원들이 창업, 독립했다.

반도체용 아날로그회로설계업체인 아날로그칩스의 송규상 박사, 엠아이씨
국경묵 박사, 이레컨설팅 김정훈 박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 RF(무선통신) 반도체 분야의 이진효 박사, 시스템 패키징분야의
송규섭 박사 등 12명이 창업을 준비중이다.

지금까지 ETRI 출신으로 창업한 연구원은 모두 1백여명.

이들은 "에바(EVA)"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서로 노하우를 교환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도 현재 2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독립해 벤처기업가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원자력연구소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연구실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비파괴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카이텍의 이종포 박사, 원전필터제조및 성능
검사를 맡고 있는 카엘환경연구소 이후근 박사, 핵물질장치개발업체인
한밭엔지니어링 김영수 박사, 레이저장치를 개발하는 한빛레이저의 김정묵
박사 등이 그들이다.

표준과학연구원에서도 최근 15명의 연구원이 기계가공이나 제어계측분야
에서 벤처기업을 설립, 운영중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연구원 3명이 환경방사능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한국방사선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에서는 전기전자공학과 박종욱, 조규형 교수가
각각 가스센서탐지와 고성능엠프제조 기술로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이밖에도 생명공학연구소 기계연구원 전기연구소 등도 연구원들의 벤처창업
이 활발하다.

대덕연구단지의 벤처창업 열풍은 출연연구소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IMF 관리체제 이후 몰아닥친 연구인력 감원 한파로 신분이 불안해지자
상당수 연구원들이 아예 창업대열로 나서고 있다.

ETRI의 한 연구원은 "신분 불안이 아니더라도 이미 벤처를 창업해 나간
선배 연구원들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주위의 많은 연구원들이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들도 연구원들의 창업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ETRI의 경우 예비창업자들에게 연구원 신분을 유지시키면서 창업하기
전까지 드는 기술개발비나 연구인건비 등을 5년 무이자로 전액지원하고 있다.

창업 이후에는 최고 1억원까지 출자한다.

다른 연구소도 대부분 창업자의 연구원 겸직을 허용한다.

창업지원금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정부도 출연연구소 연구원이 벤처기업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부터는 연구실 창업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연구원 창업시 최대
5억원까지 장기저리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중기청은 올해 벤처기업 창업자금으로 모두 7천5백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정선종 ETRI 원장은 "연구원 창업은 첨단기술 산업화의 측면에서 매우
효과가 크다"며 "대만의 신죽연구단지가 오늘날 세계적인 첨단산업기지로
발돋움한 것도 연구원들의 파생창업이 활성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용어설명

<> 파생창업이란 :기초연구가 축적돼 그 결과를 이용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벤처기업의 창업을 말한다.

연구개발 단계는 대개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 실험생산까지의 과정이다.

다음 단계인 최초의 완전생산, 제품생산 기술의 확산이 파생창업을 통해
이뤄진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감원된 연구원들이 연구형 벤처기업을 만드는
것이나 일부 사업 부문을 독립, 분사시키는 것도 일종의 파생창업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