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대 경영대학원(MBA) 졸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

자본의 냉엄한 원칙이 지배하는 월스트리트에서는 보기 드물게 인간적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곳.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오는 5월초 처음으로 일부 주식을 매각, 임직원들이 "떼돈"을 벌게 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골드만삭스.

이 회사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세계를 움직이는 투자은행-골드만삭스"
(형선호 역, 세종서적, 1만원)가 나왔다.

외환거래 담당이사로 일했던 리사 엔들리크가 1백30년에 이르는 골드만삭스
의 역사와 성장 과정, 성공 요인 등을 정리했다.

1869년 약속어음 거래회사로 문을 연 골드만삭스는 미국 3위(싯가기준)의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 방법은 파트너십 제도.

2백20여명의 파트너가 주식을 나눠 갖고 회사 경영을 맡는 방식이다.

저자는 보상이 큰 만큼 책임감도 많이 따르는 파트너십 체제를 유지하면서
골드만삭스를 굴지의 투자 은행으로 키워온 주역들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지난 56년 사상 최대규모이던 포드 자동차의 기업 공개를 대행하며 전세계
에 명성을 날린 일, 대규모 주식 거래인 "덩어리 거래(block trading)"의
발명, 90년대 초반의 위기를 극복해낸 일 등 가족회사에서 세계적 금융회사
로 성장해온 발자취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펜 센트럴 상업어음 사기사건을 비롯 골드만 삭스가 그동안 겪었던 각종
사기사건들도 소개했고 현재 미국 재무장관으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 루빈이
골드만삭스의 공동회장으로 활약하던 시절의 이야기도 담았다.

저자는 골드만삭스의 성공요인을 리더십, 사람, 문화의 세가지로 요약한다.

즉 최고의 인재들로 짜여진 리더들과 구성원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라는 것이다.

신입 직원이 "내가 이런 거래를 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이 곳에서는
"우리"라고 말하지 절대 "나"라고 하지 않는다"는 회장의 답변을 들은 것은
골드만삭스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유명한 일화다.

저자는 회사를 옮기는 일이 다반사인 월스트리트에서 골드만삭스의 이직률
이 3% 내외에 불과한 점을 지적하면서 직원들의 높은 사기와 자부심이 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