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가 올 연말까지 현재 34개인 계열사를 자동차 중심의 6~8개사로
줄이기로 한 것은 재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줄어든 덩치 때문에 대우는 내년에 다시 그룹 순위가 떨어지게 됐다.

순위 변동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대우의 구조조정이 모델케이스가 될 경우 여타 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위 그룹들은 전문화에 더욱 속도를 높여야할 전망이다.

다른 5대그룹들도 주력업종 선정 범위를 좁혀야 할게 분명하다.

우선 대우는 이번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다시 자산순위 3위 그룹으로 내려
앉게 된다.

대우가 남기기로 한 대우자동차와 대우자동차판매, 대우할부금융, 대우증권,
대우, 경남기업 등 6개사의 자산규모는 모두 51조6천892억원.

합병 예정인 4개 부품 계열사의 추정 자산규모는 2조9천억원에 달해 이를
합치면 54조6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우중공업 잔류 부문과 최근 대우중공업에서 대우자동차로 이관된
국민차 부문(자산 1조9천억원) 등을 감안하면 자산은 55조~60조원 사이가
된다.

이는 지난달 공정위가 밝힌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에서 대우의 총자산
이 78조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약 20조원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2위로 올랐던 대우의 재계 순위는 다시 3위로 되돌아 가게 된다.

대우의 구조조정 계획은 정부의 재벌 정책에 꼭 부합된다는 측면에서 향후
대기업 구조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우가 현재 34개 계열사를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6~8개만 남겨두고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핵심업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라는 정부의
주문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하위 그룹의 경우는 계열사 1,2개만 남기는 전문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한화 효성 등이 그 방향을 잡고 있다.

정부나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우 스타일의 계열사 정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경우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질게 분명하다.

5대그룹 외에는 사실상 "그룹"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수준까지
계열사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 추세엔 이미 3~4개 주력업종을 선정해 "독립기업연합"으로 소그룹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여타 5대그룹도 예외일 수 없다.

당초 자동차 무역.건설 중공업 금융.서비스 등 4개 업종을 주력으로
삼겠다던 대우가 자동차만을 남기고 모든 걸 버렸기 때문이다.

주력업종 선정의 폭을 줄이고 전문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결단이 남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 삼성 LG SK 등은 대우가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선언한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