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과 금융계는 19일 오후 대우그룹이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데 대해
일제히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오전부터 발표설이 퍼진 증권시장에서도 대우그룹 계열사 주식들이
강세를 보여 추가 구조조정계획을 시장전체가 호재로 받아들인다는 "신호"를
분명히 내보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일부 임원과 함께 대우 김우중 회장의
발표장면을 TV로 지켜보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김우중 회장이 큰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우가 발표한 구조조정계획은 자동차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 표시로 이는 방향이 제대로 잡히고 실현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구조조정계획의 실현가능성이 큰 이유로 <>대부분의 사업매각
계획이 구체적인 상담이 진행중이며 <>한건 한건이 3천억원대 안팎으로
규모가 적절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대우가 중공업 조선부문을 미쓰이 등 일본 조선사에
팔기로 한데 대해 한.일간 전략적 제휴에 새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대우증권이 구조조정대상에서 빠진데 대해서도 그는 "증권업은 이제
프리미엄이 없어져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안된다"며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김 회장이 그동안 전경련 회장에 취임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악역을 맡았고 <>지난 97년부터 계속돼온 GM과의 합작협상이
노사갈등과 국제경쟁력 저하 등 GM 내부사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데다
<>수출이 크게 늘자 너무 상황을 낙관적으로 봐 결국 구조조정이 부진한
그룹으로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분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정부는 대우의 이날 발표가 그럭저럭 넘어가려던 그동안의 태도에서
벗어나 환골탈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자동차사업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김 회장의 말을 들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말잔치"가 되지 않도록 계획의 이행여부를 끊임없이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도 이날 대우의 발표를 무척 반겼다.

제일은행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강력히 압박하는 정부와 기존 계획으로 이를
방어하려는 대우그룹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이었다.

이들은 특히 대우 임원중에 김 회장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일은행은 앞으로 대우를 제재해야 한다는 시장과 여론의 유무형 압박에서
벗어나 대우의 분기별 이행계획을 새로 작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대우에 대한 정부당국의 시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며 "금융권 전체의 구조조정노력이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