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국선물거래소가 오는 23일 문을 연다.

지난 96년 주가지수선물이 도입된데 이어 이번에 선물거래소가 개장되면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선물시대''가 열린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한국 선물시장의 발전가능성과 보완점 등을
알아보기 위해 본사 증권부 박준동 기자가 ''선물의 메가''인 시카고 선물
시장을 둘러봤다.

CBOT(시카고상품거래소) CME(시카고상업거래소) CBOE(시카고옵션거래소)
등 세개의 선물 및 옵션 거래소가 몰려있는 시카고 중심부 라살(LaSalle)
거리.

세계 현물금융의 중심지 뉴욕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 흔히 대비되는
이곳이 바로 "선물의 메카"다.

시카고 라살거리가 선물의 메카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와 시장의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시카고에 선물거래소가 세워진 것은 1848년.

물론 세계 최초다.

그때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세계 선물거래의 절반이상이 이곳 시카고
시장에서 이루어졌다.

유럽과 아시아지역 선물거래소의 증가로 지난해 그 비중이 40%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 선물시장의 명성은 비단 역사나 규모에서만 나오는게 아니다.

대형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거래시스템과 철저한 투자자보호 체제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시카고 선물시장의 거래 및 투자자보호 시스템이 얼마나 완벽한지는 150년
동안 거래 자체를 흔들만한 대형 사고가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잘 입증해
준다.

시카고 선물시장은 신상품 개발에서도 세계 선물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옥수수 밀 콩등 농산물과 원유 등 에너지 상품뿐이던 선물시장에 금리 환율
주가지수 등의 선물및 옵션상품을 맨처음 상장시킨 곳도 역시 시카고다.

최근에는 보험선물(Insurance Futures), 파산선물(Bankruptcy Futures),
기후선물(Climate Futures) 등과 같은 상품까지 선보일 정도로 새상품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다.

시카고시장은 신개념의 상품 외에 기존 상품의 품목을 늘리는데도 적극적
이다.

실례로 시카고 선물당국은 원.달러 선물의 상장을 추진중이다.

CME의 상품개발담당 이사인 리처드 맥도널드씨는 "지난해 초부터 원.달러
선물 및 옵션을 상장시키는 작업을 준비해 왔다"며 "자체전산 매매시스템인
글로벡스의 가동점검이 끝나는대로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선물시장 관계자들은 오는 23일 개장하는 한국선물거래소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 67년부터 25년동안 CME 이사장을 역임한 레오 멜라메드 CME 명예
이사장은 "한국 선물시장은 발전가능성이 대단히 큰 것으로 본다"고 평가
했다.

그는 "선물시장이 자리를 잡을려면 철저한 투자자 보호장치와 다양한 상품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카고는 21세기를 대비해 대변신을 지금 꾀하고 있다.

우선 지난 1백50년 동안 지켜온 공개경매(Open Outcry) 방식을 전산매매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내부반발이 적지않은 상황이지만 전산매매로 무장한 유럽지역 거래소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매매방식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매매
방식 전환작업을 진행중이다.

CBOT의 "프로젝트A"와 CME의 "글로벡스"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시카고선물시장 관계자는 "새 천년에는 선물시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른 거래소와의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CME는 올들어 채권선물 전문인 뉴욕의 캔터거래소와 상품교류 협약을
맺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