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업체들까지도 몰래 베껴쓸 만큼 욕심나는 특허를 여러개 갖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수영용품을 생산하는 대흥실리콘(대표 하흥섭)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 구로산업단지에 있는 이 회사는 세계적인 수영용품 브랜드인 미국의
"스피도(Speedo)"와 프랑스 "아레나(Arena)" 등의 주력 공급업체다.

20년 노하우의 산물인 이 회사의 실리콘 수영모자는 압권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름없는 수영모자다.

위쪽으로 갈수록 넓게 만들어 머리꼭지에 생기는 주름을 없앤 것으로
실용신안기술이다.

주름이 없으면 보기에 좋을뿐 아니라 물의 저항도 덜 받는다.

1천분의 1초를 다투는 수영경기에서 물의 저항을 덜 받는 것은 승부와
직결된다.

특허기술인 인사이드 엠보싱(inside embossing) 기법은 수질오염을 덜어
준다.

수영모자의 안쪽을 올록볼록하게 만들어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그 전까지는 붙지 않도록 수영모자 안쪽에 파우더를 발랐는데 이 파우더가
수영장을 오염시켰다.

수에드(suede)는 인사이드 엠보싱 기법을 더 발전시킨 기술이다.

금형의 표면을 미세한 모래로 오톨도톨하게 처리해 수영모자가 빛을 반사
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자에 붙이는 상표나 로고가 더욱 돋보인다.

이 세가지 생산기법은 일본에서도 각각 실용신안과 특허를 받았다.

대흥실리콘은 이런 특허기술들을 앞세워 수영모자 하나로만 지난해 5백만
달러 이상을 수출했다.

물안경과 수영장갑 물갈퀴 등을 포함한 수영용품 전체로는 지난해 2천만
달러어치를 내보냈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는 거의 전량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만 수출했으나
수영모자의 품질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자기 상표인 "스퍼트(Spurt)"의
수출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특허를 침해하는 국내외 업체가 늘어나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해말에는 수영모자에서 위의 3가지 특허를 모두 침해한 국내 J사를
고발해 지난달 26일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특허침해금지가처분을 받아냈다.

올들어 일본업체들에 대해서도 경고를 했으며 곧 법적인 절차를 밟을
방침이라고 이 회사 송기선 전무는 밝혔다.

지난 79년 문을 연 대흥실리콘은 중국 심천에도 대지 1만평 건평 2만평
규모의 자기 공장을 갖고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