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취득 바람이 불고 있다.

IMF시대의 신풍속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언제라도 회사에서 쫓겨날수 있다는 위기감은 자격증
이라도 따두자는 심리를 낳고 있다.

연봉제 확산으로 학벌이나 출신보다는 능력이 우대받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추세도 자격증 열풍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믿을건 자신의 실력뿐"이라며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 주부까지 자격증
따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공인중개사 워드프로세서 조리사등 각종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은
무려 연 5백여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약 1백만명이 새로 자격증을 딸 것으로 보인다.

운전면허증을 제외하고도 국가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지난해말 현재
1천98만명.

국민 4.5명 가운데 한명꼴로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이미 "자격증
1천만명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가장 인기인 자격증은 컴퓨터관련 분야.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오는 25일 치뤄질 워드프로세서 검정 시험에는
학생 공무원 실직자 직장인 등 40여만명이 신청한 상태다.

또 다음달 11일 실시되는 컴퓨터활용능력 시험에는 당초 8만명정도 응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청 마감 결과 5만여명이 많은 13만7천명에 달했다.

지난 20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에는 13만명이 몰려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이는 지난 85년 첫시험 이후 최대의 응시자수다.

창업이나 부업이 가능한 조리사나 정보통신분야 자격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한식조리사 시험의 경우 20만6천명이 도전했다.

이 가운데 남성응시자가 7만명으로 30%이상 차지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요리학원 관계자는 "옛날에는 수강자 대부분이 결혼을
앞둔 20대 미혼여성이었으나 요즘은 직장을 다니다가 실직한 남자가 절반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열기는 관련학원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에게서 인기가 높은 미국공인회계사 시험 준비학원은 IMF
이전만 해도 한군데밖에 없었으나 최근에는 6군데로 늘었다.

한국회계학원 차성웅 실장은 "수강생이 과거 1백50명정도에 불과했으나
실업대란이 발생한 이후 5백명 가량으로 3배이상 늘었다"고 귀뜀했다.

전반적으로 불황인 서점가에도 유독 취업 창업서적은 대형서점마다 별도
코너가 마련되는 등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노동부 자격진흥과의 이신재 과장은 "노동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짐에 따라
직장인 실직자 주부들이 만일에 대비해 자격증 하나라도 따두려는 추세"라며
"사회분위기가 학력위주에서 실력위주로 넘어가면서 자격증취득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그룹 인사팀의 관계자는 "과거엔 대졸자에 대해 기업이 따로 교육을
시켜 업무에 투입했으나 요즘은 막바로 현업을 할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추세"라며 "이같은 변화가 자격증 취득열풍의 한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