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변화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변화를 강요받는다"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개혁에도 정도가 있게 마련이다. 공직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가"(관세청 직원)

정부조직개편의 사령탑인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 9일 오전 정부대전청사를
방문, 8개청 대표 80명(청당 10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형식은 "재정운용의 효율화와 봉사하는 정부 만들기를 위한 대화의 시간"
이었지만 분위기는 결코 부드럽지 못했다.

진 위원장의 입장은 개혁의 당위성을 전파해야하는 "전도사"인 반면 대전
공무원들은 "조직개편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1시간25분간 진행된 이날 대화에서 진 위원장은 50분간을 개혁 일반론
에 대해 설파한 반면 대전청사 공무원들은 개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특히 짧은 질의시간중 조직개편부문을 집단적으로 거론해 "왕따당했다"고
생각하는 지역 정서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진 위원장은 "원칙" 이상의 발언은 자제해 가급적 "충돌"을 피해
나갔다.

그는 조달청 통계청 특허청과 산림청 임업연구원 등 대전청사의 상당부분을
에이전시(책임운영기관)로 바꾸는 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갑자기 대전으로 내려가라고 해놓고 또 민영화와 에이전시 등을 거론해
내 욕을 많이 한 걸로 안다"며 "그러나 정부조직에 대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자는게 내 뜻"이라고 해명했다.

진 위원장은 특히 "에이전시에 대한 홍보가 잘못돼 있다"며 "에이전시는
자율.전문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에이전시에 대해선 민간에 준하는 탄력성있는 인사 및 예산권을 줄 방침
이라고 덧붙였다.

질의에 나선 대전청사 직원들은 "변화에는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민간
조직과는 달리 공직은 20년 이상이 돼야 보상을 받는다. 개혁과정에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진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민영화 대상인 철도청 관계자는 "기획위는 기본틀만 제시한 뒤 일단 자율에
맡겨둬라. 언제까지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했다.

중기청관계자는 "청장이 한달의 절반을 서울에서 활동한다. 국과장도 덩달아
서울로 가야 한다. 행정 낭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행정운영의 효율을 추구한다면 기획예산위와 금감위 등도 대전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통계청과 병무청 직원도 기능을 보강해야 하는데 오히려 축소하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진 위원장을 겨냥했다.

한평 진 위원장은 조달청 특허청 중기청 등 민원이 많은 기관의 경우
토요전일근무제(토요격주휴무제)가 현재 중지돼 있어 서울 등지에서 오는
민원인의 불편이 많다며 대민관계를 고려해 이를 선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대전=남궁덕 기자@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