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잡지 "플레이보이"와 세계적인 대문호들이 만났을 때...

벌거벗은 알몸 사진과 유명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이 책갈피 사이에
공존하는 잡지.

내로라 하는 소설가들은 이 이율배반적인 공간에 어떤 예술적 향기를
불어넣었을까.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익사체"(가브리엘 마르케스 외저, 김훈 외역,
푸른숲, 8천원)는 54년부터 93년까지 플레이보이 지에 실린 수백 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문학성과 재미를 갖춘 10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반세기동안 서구 단편문학의 줄기를 더듬어볼 수 있는 사랑 소설 컬렉션인
셈이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소금기가 묻어나는 삶의 이면을 비춘 작품들이 많이
담겨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마르케스의 표제작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탁월하게
그리면서 라틴 문학의 환상적 리얼리즘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으로 꼽힌다.

헤어질 줄 알면서도 위태로운 사랑을 이어가는 중년 남녀의 순애보 "정부"
(로리 콜윈 작), 사랑을 얻는 대가로 성직자의 길을 포기해야 했던 한 남자의
열정이 결혼을 통해 어떻게 변질되는가를 그린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선 오페일런 작)등도 눈길을 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