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고령의 대학총장이 "벤처대학"을 일궈냈다.

주인공은 강석규 호서대 총장.

호서대는 이번 봄학기 들면서 "벤처대학"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산학협동의
벤처보육업에 본격 나섰다.

이 사업을 밀어부친 사람이 바로 강 총장이다.

그의 벤처육성 의지는 확고하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게 지론이다.

이미 6만평 규모의 천안캠퍼스 전체를 벤처기업 산실로 바꿔 버렸다.

이중 대지 2만평과 건물 1개동을 충남테크노파크에 편입시켜 이지역
연구개발센터로 만드는 것을 추진중이다.

또 3월부터 공학계열 4개 학부에 벤처산업공학 전공과목을 신설했다.

벤처기업과 자본, 벤처창업과 기업가정신, 21세기와 벤처창업론, 대중문화
와 벤처산업, 벤처기업 등 5개 교과목이 그것이다.

많은 벤처 관련 교수를 확보했고 총 5백69명의 학생이 벤처과목을 수강중
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시드머니제" 역시 이 대학만의 독특한 제도.

현재 운영중인 시드머니는 40억원.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중 누구든 벤처기업과 제휴해 실용화 연구자
로 참여하기를 원하면 평가를 거쳐 이 돈을 받을수 있다.

사업에 실패해도 이 자금은 갚아야 한다.

"부담감을 가져야 성공한다"는게 강 총장의 생각이다.

현재 14명의 교수가 시드머니로 기업활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수들이 자각해야 한다" "실용화 연구에 나서라" "벤처사장을 붙잡아라"
는 강 총장의 권유에 교수들이 마침내 동화된 것이다.

인프라만 갖춘 것이 아니다.

이미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대학측에서 교내 창업보육센터 입주업체인 아트닉스에 13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강 총장이 앞장섰고 몇몇 교수들이 뒤따라 자금을 모았다.

이밖에도 10여건의 벤처 프로젝트가 대학측의 자금지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강 총장이 갑자기 벤처에 매달린 것은 아니다.

"6.25 당시 충남도청내에 공장을 차려 종업원 10여명으로 알루미늄표면
처리업을 했어요. 충남대 교수를 하면서 공장일을 함께 했지요. 한동안
투자원금의 몇배를 벌기도 했지요. 하지만 학교보직(교무처장) 때문에
사업에 전념하지 못하다보니 망하고 말았어요. 주물공장도 운영했는데 역시
실패했습니다"

강 총장의 벤처비즈니스는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아트닉스는 그의 4번째 도전이다.

강 총장의 산학협동 및 벤처육성 의지가 전해지면서 주변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인근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계 AMK사에서 30억원 상당의 반도체제조장비
1세트를 최근 대학측에 기증했다.

정부 등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도 다른 대학보다 많다.

대부분 대학들의 연구비가 크게 줄어든데 비해 호서대는 큰 폭으로 늘어
지난해 총 67억원이나 됐고 올해는 1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초등학교 졸업후 고학으로 36세에 서울대에 입학, 총학생장을 지냈던 강
총장은 69세에 호서대를 설립했다.

그의 실천의지는 후학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개인도 국가도 영광이 있는 겁니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