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금리도 낮은데 세금마저 왕창 떼가다니"

은행예금자들은 금리가 낮아지면서 정부가 떼가는 세금이 그렇게 아까울수
없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예금금리가 높아 별 부담이 안됐다.

그러나 금리가 막상 한자릿수로 떨어지니 피부로 느끼는 세금부담이 크다.

예컨데 외환은행 정기예금에 1천만원을 1년간 가입했다면 연 7.3%의 이자가
붙는다.

이중 17만6천6백60원(24.2%)을 이자소득세로 떼고 나면 55만3천3백40원만
고객이 받아간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별로 남는게 없다.

지난해 이맘때였다면 예금금리가 18%였다.

이자소득세 22%(39만6천원)를 떼도 1백40만4천원을 받았다.

1년만에 60%나 소득이 줄었다.

한빛은행 고객인 최랑옥(58.여)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예금이자는 크게
줄었는데 세금은 더 늘어 상대적으로 예금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고금리 혜택을 보고 있는 예금자들의 소득을 일부 환수하겠
다는 이유로 이자소득세를 높였다.

금리가 낮아진 마당에 높은 세율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최근 돈이 몰리고 있는 주식시장과 비교할때는 더욱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이익에 대해서는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뮤추얼펀드등 최근 시중자금을 휩쓸어가는 상품에도 정부가 떼가는게 없다.

재테크의 무게중심이 은행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갔는데도 주식투자자
에게는 세금을 떼지 않으니 "은행 예금자만 봉"이라는 불만이 나올만도 하다.

실제로 이자소득세에 대한 정부 정책은 대표적인 "행정편의주의"로 꼽힌다.

96년 정부는 이자소득세율을 16.5%(주민세 포함)로 낮추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를 실시했다.

고소득자에게는 높은 세율을 매기는대신 일반 예금자들은 낮춰줘 조세형평성
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사태로 금융기관 자금이 빠져나가자 정부는 97년
12월 종합과세를 유보하는 대신 이자소득에 대한 세율을 22%로 높였다.

지난해 3~4월에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17%대로 높아지자 금융고소득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기겠다며 10월부터 세율을 2%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이자소득의 24.2%를 세금으로 떼갔다.

고소득자나 저소득자나 모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 셈이다.

덕분에 지난해 국세청이 거둬들인 이자소득세는 모두 15조1천5백3억원.

97년(9조3천2백52억원)보다 무려 62.4%나 늘어난 수치다.

전체 세금에서 이자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13.3%에서 지난해
22.3%로 뛰었다.

최근 금리가 낮아지고 금융환경이 개선된 만큼 이자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넣어두고 이자로 생활해온 퇴직자들은
최근 금리가 낮아지면서 소득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은 "지난해 실업자 구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
하기위해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율을 높였다면 이제는 세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예금을 끌어들여 경기회복을 돕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부족을 메우기위해서는 변호사 회계사등 고소득자의 세원을 포착해야지
금융기관의 원천징수라는 "편의장치"로 일반인에게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
다는 설명이다.

또 종합과세를 부활하는등 조세형평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밖에 지난해말로 판매중단된 비과세가계저축을 다시 판매토록 하는등
세금우대 금융상품을 늘려야 한다고 금융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시중자금이 주식 채권등 직접금융시장으로만 몰릴 경우 은행 대출에만
의존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자금을 구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