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이름 조차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조그만 기업을
방문한다.

영국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다.

오는 4월 19일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튿날인 20일
서울 삼성동의 "애니드림 애니메이션"을 방문한다.

여왕이 3박4일간의 짧은 방한기간중 유수한 대기업을 마다한채 이 만화영화
제작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니드림 애니메이션은 설립된지 6개월이 채 안되는 회사.

법인은 지난해 10월 설립됐지만 준비 기간을 거쳐 이제야 제 모습을 갖춰
가고 있는 "신출내기"다.

애니드림 애니메이션과 영국의 관계는 매우 단순하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영국 회사에서 구입했을 뿐이다.

"애니모(Animo)"라는 소프트웨어다.

영국 캠브리지 애니메이션사가 판매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2D(2차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 사용된다.

캠브리지 애니메이션은 이 소프트웨어 1천1백 카피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1백 카피를 애니드림 애니메이션이 샀다.

제품의 가격은 한 카피당 1만달러.

다 합쳐 봐야 1백만달러 어치에 불과하다.

캠브리지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엘리자베스 여왕이 수여하는 수출상을
받았다.

게다가 여왕은 애니메이션 산업 등 미래형 산업에 관심이 많다는게 이 분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출과 미래산업에 대한 여왕의 관심이 한국의 조그만 중소기업 방문해
몸소 고객만족 활동을 펼치게한 동기다.

이 회사 사장인 배종광 숙명여대 교수는 영국 미들섹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했고 김범석 부사장은 영국 BBC가 제작한 텔레토비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영국과는 제법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여왕의 방문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이 회사 김영주 회장는 "회사가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영국 여왕의 방문
이라는 엄청난 일을 맞게돼 얼떨떨하다"며 "여왕 방문이 회사의 발전에 큰
격려가 될 것 같아 기쁘기만 하다"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