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1일로 출범 한 돌을 맞았다.

금감위는 지난 1년간 구조조정 "총사령부"로서 경제개혁을 주도했다.

금감위는 장의사와 의사역할을 번갈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의사로서 4백36개 금융기관(신협 제외)중 73개에 대해 장례식을 치렀다.

또 작년 6월 55개 퇴출기업을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15개 워크아웃그룹
2백48개 계열사중 53개만 살리는 등 지금까지 3만7천4백49개 중소기업을
포함한 수만개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금융기관이든 일반기업이든 "저승사자" 금감위와 부닥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금감위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해선 의사처럼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치료해 줬다.

이 장례식과 수술에 지금까지 43조3천억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갔다.

금감위는 최근들어 제2금융권에 대한 수술에 주력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이 다시 병이 들지않도록 여신관행혁신 등 "체력단련법"을
가르치고있다.

이런 맹활약속엔 그만한 부작용도 따르게 마련이다.

우선 덩치가 커지면서 권력기관화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금융감독원 노조도 "공무원수가 당초 입법부와 약속한 10명안팎보다 훨씬
많은 27명에 이른 상황에서 다시 40명으로 늘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부" "금융독재" "신관치"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감위는 재경부에 있던 인.허가권을 비롯 농.수.축협 등에 대한 검사권
까지 확보해 앞으로 더욱 막강한 권부로 바뀔 듯하다.

과거 재무부나 재경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금감위에 힘이 붙을수록 더 피곤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한국은행 등 4개기관을 상전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차분하지 못한 금감원과 힘있는 금감위, 관치에 익숙한 금융기관,
화려한 과거가 그리운 재경부 한국은행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주목된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