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대그룹이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은 절대 인정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9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국정개혁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를 분명히 못박았다.

자산재평가도 엄연한 재무구조 개선이라며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해온 기업들
에 명확히 "안된다"고 말한 것.

과연 자산재평가가 뭐길래 정부와 기업들이 부채비율 축소와 관련해 논란을
빚었는지 문답으로 풀어본다.

Q=자산재평가와 부채비율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A=자산재평가를 하면 부채비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기업이 공장이나 기계설비 등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면 일반적으로 그
값이 올라간다.

그동안의 물가상승 등이 감안되기 때문이다.

땅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재평가 차익이 발생하고 이는 특별이익으로 자기자본을 늘어나게
한다.

예컨대 1백억원 짜리 건물을 재평가해 1백5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면 그
기업은 50억원의 재평가차익이 발생한다.

이 50억원은 특별이익으로 잡힌다.

당연히 자본금에 들어간다.

자본이 늘면 부채 규모가 줄지 않더라도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Q=정부가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축소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뭔가.

A=사실 자산재평가로 생긴 차익은 장부상 이익에 불과하다.

실제 자산을 매각해 얻는 이익과는 다르다.

정부는 바로 그런 장부상 이익증가는 자구노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부상 숫자놀음은 안되고 외자를 유치해 자본금을 늘리든지 계열사를 팔아
그 돈으로 부채를 갚든지 하는 식의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하라는게 정부의
요구다.

Q=그렇다면 자산재평가는 왜 허용하나.

A=자산가치를 현실화 시켜주자는 취지에서 허용됐다.

공장이나 기계 등 자산은 기업 장부에 매입 당시의 가격으로 가치가 매겨져
있다.

그 가격에서 매년 감가상각을 통해 가치가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나 공장이나 기계 값은 경제상황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장부상 기업의 자산가치가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정확히 반영해 주기
위한게 바로 자산재평가다.

이같은 자산가치의 현실화를 통해 기업은 결손을 메우고 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Q=자산재평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자산을 대상으로 하나.

A=건물이나 기계 등 감가상각이 되는 고정자산은 모두 포함된다.

이는 자산재평가법에 규정돼 있다.

한데 정부는 작년초 이 법을 개정해 당초 대상이 아니었던 토지도 재평가
대상에 추가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부동산을 해외에 팔때 장부가격이 너무 낮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이들 자산을 재평가할 수 있는 것은 오는 2000년말까지로 시한이
정해져 있다.

그 이후 자산재평가 제도 자체가 없어질지,아니면 대상이 축소될지는
미지수다.

Q=외국에도 자산재평가 제도가 있나.

A=있는 나라도 있고 없는 나라도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 장부상 자산가격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경험이
있던 영국 등 유럽국가엔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처럼 물가가 안정돼 있는 나라엔 자산재평가 제도
자체가 없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