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

16세기 조선 중종~명종대를 살다 간 천하절색의 기녀.

봉건사회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풍류와 사랑으로 실존적 삶을 완성한
여인.

시문과 노래,남다른 파격행적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살아있는 황진이가
오페라 무대를 통해 부활한다.

한국오페라단은 오는 4월15일~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창작 오페라
"황진이"를 공연한다.

전5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황진이가 기적에 이름을 올린 후 당대의
명인들과 교류하고 사랑하면서 운명을 개척해갔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황진이를 짝사랑하다 죽은 총각의 상여가 황진이의 집앞에서 움직이지
않는데서 오페라는 시작된다.

황진이는 총각의 상여가 자신의 저고리를 덮은 후에야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적에 이름을 올린다.

황진이는 그후 벽계수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화담(서경덕)과 지족스님을 찾아 심신을 달래고 풍류객 이사종과 벗하며
3년간 자유와 풍류를 누리다 금강산 유랑중 석별한다.

세월이 흘러 병마사 임백호가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 술을 따르며 기와 예,
문 그리고 자연속에서 자신의 삶을 찾았던 황진이를 회상한다.

대본을 쓴 구상씨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인격적이고 실존적인 삶을
살았던 황진이를 통해 인간의 참된 모습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음악은 이영조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가 만들었다.

그는 "전통음계를 변용하고 반주파트에 반음계를 많이 사용, 5음계 체제로
된 우리음계를 보완하는 등 동서양 음악의 맛을 함께 살린 음악을 만드는데
힘썼다"고 강조했다.

연출은 영화감독 이장호씨가 맡았다.

우리나라의 영화감독으로 오페라 연출을 맡기는 그가 처음이다.

이씨는 "대본을 처음 보았을 때는 구상선생에게서 달아나 해석과 감각을
달리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구상선생의 세계로 돌아올수 밖에 없었다"며
"스스로의 운명을 깨닫고 자유로이 살았던 황진이의 모습을 영화특유의
영상미와 표현기법으로 그려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진이역엔 소프라노 김영미 김유섬 신지화 신주련이 교체출연한다.

벽계수역은 바리톤 유승공 우주호, 화담역엔 테너 박치원 임산이 함께한다.

(02)587-1950.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