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측근인 전병민 씨가 광주 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 15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포착됨에 따라 방송청문회가
개최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권 내에서 전씨의 수뢰 혐의가 포착된 것을 계기로 사실상 무산됐던 방송
청문회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26일 "방송청문회를 포기한 적이 없으며
필요할 경우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회 문화관광위 국민회의 간사인 신기남 의원도 "전병민씨의 연루 혐의가
포착됨으로써 청문회 개최의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도 "과거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방송청문회를 개최해 국회 차원에서의 진상규명 작업도 병행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전주 MBC 대담 프로그램에서 민방 사업자
선정과 관련, "문제가 있으나 청문회 개최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할 일"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방송청문회가 지역민방과 케이블TV 사업자 선정 등을 둘러싼 문민
정부의 비리의혹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여당 단독 청문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방송청문회가 시기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모처럼 여야 화합 분위기가 조성된 점을 감안하면 청문회 개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조성된 여야 화합 분위기에 궂이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도 "방송 관련 비리가 깨끗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청문회 개최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여권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전씨 이외에 과거 정권의 실세들까지 파문이 확대되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 경우에는 여권내에서 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병민씨는 민방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15억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조만간 하와이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뒤 검찰에 출두해 해명하겠다
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또 대신증권 이준호 사장으로부터 12억원을 받았으나 그 돈이 "민방
비자금"으로 조성해둔 돈의 일부란 말을 듣고 이자 몫으로 1억원을 보태
13억원을 되돌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