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이 22일 밤 전격 회동함에 따라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자동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협상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으로 꼽혀온 자동차 문제가 총수들의 담판으로 가닥을
잡게 됨에 따라 빅딜 최종 마무리가 임박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협상이 이번 주내에 완전타결될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주도하고 있는 항공 철차 유화 등 사업구조조정업종이 이달말까지
속속 마무리되는 상황인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워낙 "큰 돈"이 걸린 문제라 조기 타결에
회의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은 편이다.

<>총수담판의 의미

재계는 두 총수가 회동한 것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미 지난 1월21일에 이어 두번째 만나는 만큼 분명히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실무자들이 결정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총수들이 선을 그어주면 협상의
속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대우 회장 부속실 정주호 사장은 "빠르면 금주내에 가닥을 잡고
안되면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대우가 상당히 탄력적인 입장을
정리했음을 시사했다.

총수들의 회동은 또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해있는 실무자들이
다소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두 회장이 이날 회동에서 이미 정부와 국민들에게 약속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자동차 문제를 마무리짓자고 합의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견 해소가 관건

재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총수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협상 조기 타결은 쉽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쟁점은 역시 SM5의 생산문제.

대우는 생산을 해줄테니 판매는 삼성이 하라는 것이지만 삼성은 생산과 판매
모두를 대우가 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추가손실에 대한 부담에 관해서도 대우는 앞으로 5년간 발생할 추가 손실은
모두 삼성이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해 삼성과 대립하고 있다.

여기다 삼성은 선인수 후정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우는 선정산 후인수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협상방법에 대해서도 삼성은 딜로이드투시토머츠(DTT) 실사로 평가를
끝내자는 것이지만 대우는 추가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조기 타결은 어렵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분석이다.

<>전자 빅딜은 어떻게 되나

일부에서는 대우전자의 빅딜 문제는 물건너 간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문제만으로도 이처럼 협상이 안되는데 전자까지 포함될 경우 변수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측의 내락도 있어다는 소문까지 퍼져있다.

그러나 양측은 이에 대해 공식 부정하고 있다.

동시에 협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자동차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우 관계자는 "이미 약속한 건에 대해서 당사자들이 안하겠다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선 자동차 협상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월내 마무리 가능할까.

재계 관계자들은 22일 양그룹 총수의 회동을 계기로 자동차 빅딜건이
이달내에 "원만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딜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확산되고 있지만 빅딜이 기업들의 반발로
늦추지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되든 안되든 분명하게 결론은 내야지 더 이상 이 상태에서
끌고가서는 안된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항공 철차 유화 등이 속속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잇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