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게 기름기 있는 음식은 뭐든 다 나쁘다든가 식물성 기름은 좋고
동물성 기름은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용 기름도 지방산 조성이 달라 영양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따져 봐야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방은 글리세롤 1분자에 3개의 지방산이 결합된 형태다.

이 지방산이 어떤 종류인가에 따라 기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진다.

탄소간 이중결합이 하나도 없는 포화지방산은 다량 섭취할 경우 비만
심장병 당뇨병 대장암 유방암 등을 유발한다.

반대로 이중결합이 많은 불포화지방산일수록 생체활성이 높아 항산화
항암 항염증 항혈전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이 효과는 임상적 통계적으로 이미 입증됐고 지금은 과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포화지방산은 대부분 동물성 기름에 많다.

소기름 돼지기름 버터에 많이 들어 있다.

또 식물성 기름 중에서도 정제한 식물성 마가린, 팜유, 코코넛유 등에는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다.

인체에 꼭 필요한 지방산중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거나 극소량만 합성되기
때문에 음식으로 반드시 섭취해야 것이 필수지방산이다.

리놀레산 리놀렌산 아라키돈산 등이다.

이들 지방산은 세포막을 이루는 인지질이나 뇌 조직성분의 주된 물질이다.

리놀레산은 홍화유 해바라기유 콩기름 옥수수기름 참기름 면실유에 많이
들어 있다.

리놀렌산은 들기름에 가장 많다.

아라키돈산은 미강유 간유에 많다.

같은 불포화지방산이라 할지라도 건강상 이익이 더 큰 오메가-3계를
오메가-6계보다 더 쳐준다.

그래서 한국식품영양학회에서는 오메가-6계 지방산을 오메가-3계 지방산
보다 4~10배 이상 섭취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들은 오메가-6계 지방산을
오메가-3계의 12~20배 섭취하고 있다.

집에서 해먹는 간식이나 인스턴트식품을 통해 리놀레산이 다량 함유된
기름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뇌에는 탄소수 18개 이상의 오메가-3계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은데 특히
이들 물질은 뇌기능을 촉진시키고 류머티스관절염 천식 폐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이는 프로스타글란딘(PG)이라는 복잡한 생체활성물질이 어떻게 제어되느냐에
달려 있다.

오메가-3계 다가불포화지방산을 투여하면 알레르기 염증을 유발하는 PGE
류코트리엔(LT)과 혈전을 만드는 트롬복산(TX)의 생산이 억제된다.

이중 DHA와 EPA는 고등어 꽁치 청어 연어 참치 등의 등푸른 생선과 간유에
많다.

최근 DHA와 EPA의 무용론이나 해양오염에 따른 어류의 해로움을 들어
인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좀더 과학적인 입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시스코빅 교수는 "매달 해산물을 통해 5.5g이상의
DHA와 EPA같은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면 이를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심장발병률이 50% 정도 낮아질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은 평균 약 3.2g정도 섭취해 양호한 편에 속한다.

이밖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중 감마-리놀레산은 양배추 시금치 콩 브로콜리
양상추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한편 감마-리놀렌산은 달맞이꽃기름에 다량 들어있는데 당뇨병
류머티스관절염 기관지천식 궤양성대장염 건선 습진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도움말 : 최혜미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양자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