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형광등"이라는 표현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깜빡깜빡하다 켜지는 것을 빗대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골려주는
말이었다.

이 표현은 이제 어울리지 않게 됐다.

3~4초 걸리던 것이 0.5초 이내의 순간점등방식으로 발전했기 때문.

전시품의 때깔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며 매장에서 형광등 사용을 기피하던
적도 있었다.

연색성이 떨어진다는 것.

백열전구에 비해 뒤지는 것은 사실이다.

삼파장 형광등 등장으로 이런 단점도 점차 극복되고 있다.

자연색을 재현해 주는 정도를 나타내는 연색성은 백열전구를 1백으로 봤을때
일반형광등이 69에 불과하나 삼파장제품은 84에 이른다.

형광등을 재래산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 산업 역시 눈부실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조명등 시장의 80%이상을 여전히 형광등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결코 형광등이 흘러간 산업이 아님을 반증한다.

형광등은 일반 전구나 할로겐램프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절전효과와 수명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광기업이 만드는 전구식형광등인 로즈스틱을 보자.

20W로 백열전구 1백W의 효율을 내며 수명은 8천시간으로 8배나 된다.

국내 형광등 산업은 57년 서울 양평동에서 신광기업이 생산을 시작한게
효시.

현재 생산하는 업체는 금호전기 별표형광등 통일전구 우리조명 금동조명등
10개미만이다.

1개 라인을 설치하는데 20억원 이상이 드는 장치산업이어서 쉽사리 뛰어들기
힘들다.

형광등은 유리업체에서 만든 유리관을 사다가 만든다.

보통 17개의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관을 세척하고 내부에 형광물질을 코팅한뒤 필라멘트를 넣는다.

내부공기를 빨아내 진공상태로 만든뒤 아르곤과 수은을 주입하고 납땜한다.

수은은 필라멘트에서 방출된 전자가 활발하게 운동을 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빛을 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99.9999%의 고순도 제품이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아말감으로 대체하는 제품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제조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공을 유지하는 기술.

"TV 브라운관 수준의 진공도를 유지해야 수명이 제대로 나온다"고 신광기업
의 성기태 내수사업부장은 설명한다.

진공도가 떨어지면 수명이 절반이하로 급격히 줄어든다.

형광등의 내수시장 규모는 연간 1억개.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업체는 금호전기로 약 50%에 이른다.

국내업체가 90% 외국기업이 10%를 각각 점하고 있다.

대표적인 외국기업은 GE 필립스 오스람 실바니아 등 4대 메이저.

국내업체는 이들 보다는 일본제품 상륙에 더 긴장하고 있다.

상륙준비를 하고 있는 NEC 히타치제품이 막상 들어오면 파괴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4대 메이저들은 주로 동남아 중국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데
일본업체들은 "메이드 인 저팬"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이 더 좋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형광등을 대체할 상품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금호전기 신평식 기획부장은
예측한다.

일부 매장에서 진열품의 색감을 높이기 위해 할로겐램프를 채택하는 비율이
늘고 있으나 전력소비가 많아 가정과 사무실에서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그의 전망.

대신 연색성을 높이고 절전효과도 더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