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공직사회] (상) '인재 과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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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을 탈출하라"
최근 재정경제부 등 핵심 경제부처의 젊은 엘리트 관료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지난 97년11월초 환란 직전 한 외국증권사는 투자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을
탈출하라(Get out of Korea)"고 썼다.
한국은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빨리 다른 투자처로 피하라는 경보였다.
바로 그같은 경보가 지금은 과천관가에 울려퍼지고 있다.
실제로 요즘 재경부에선 잘 나가던 사무관과 과장들이 줄줄이 민간기업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 2월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의 이형승(38) 서기관이 돌연 사표를 내고
삼성증권 기획조사부장으로 나갔다.
지난 8일엔 경제정책국의 주우식(40) 지역경제과장이 대기업 임원으로
옮기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
그는 H그룹 상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에선 또 국제금융국 과장 한명,세제실 서기관 한명 등 서너명이 더
민간기업으로 전직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이같은 현상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변 경제부처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몇년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지금 과천관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름아닌 "공직 탈출 러시"다.
이들이 공직을 떠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더이상 관료조직에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
"과거 같으면 10년후 20년후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어떤 어떤
코스로 과장 국장을 거쳐 1급으로 승진했다가 운 좋으면 장.차관이 되고
못되도 금융기관장 자리는 보장될 것이란 정도는 그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앞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재경부 금융정책국 사무관)
실제로 지금 재경부 등 경제부처들은 인사적체에다 정부개혁 등의 여파로
순탄한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경제관료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젊은 관료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또 한가지 신세대 관료들의 직업관이 변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이제 나라와 명예를 위해 열심히 일해 보자고 얘기
해도 호응하는 후배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기능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프로의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그 국장은 덧붙였다.
사실 최근 공직을 과감히 벗어던진 젊은 관료들은 하나 같이 행시를 10등
안에 들어 통과하고 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인재들이다.
그런 만큼 민간기업으로 전직하면 1억-2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4급 서기관의 연봉이 3천만원에도 못미치는 "박봉"인 것을 감안하면 3-6배
를 넘는 봉급을 받는 셈.
신세대 엘리트에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은 대개가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정부건 민간기업이건
상관 없다. 오히려 민간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나서 나중에 국장급 자리가
개방되면 그때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열린 사고를 하고 있다.
공직을 그만 두면서 "천직을 버린다"는 식의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엘리트 경제관료들이 과천을 떠나는 행렬은 좀처럼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조직에 대한 개혁요구는 더욱 세질테고 그럴수록 관료로서의 메리트는
더욱 줄어들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관과 민 사이의 원활한 인재교류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어쨌든 지난 수십년동안 자부심과 권위를 갖고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했던
경제관료들이 지금은 몹시 흔들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0일자 ).
최근 재정경제부 등 핵심 경제부처의 젊은 엘리트 관료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지난 97년11월초 환란 직전 한 외국증권사는 투자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을
탈출하라(Get out of Korea)"고 썼다.
한국은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빨리 다른 투자처로 피하라는 경보였다.
바로 그같은 경보가 지금은 과천관가에 울려퍼지고 있다.
실제로 요즘 재경부에선 잘 나가던 사무관과 과장들이 줄줄이 민간기업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 2월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의 이형승(38) 서기관이 돌연 사표를 내고
삼성증권 기획조사부장으로 나갔다.
지난 8일엔 경제정책국의 주우식(40) 지역경제과장이 대기업 임원으로
옮기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
그는 H그룹 상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에선 또 국제금융국 과장 한명,세제실 서기관 한명 등 서너명이 더
민간기업으로 전직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이같은 현상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변 경제부처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몇년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지금 과천관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름아닌 "공직 탈출 러시"다.
이들이 공직을 떠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더이상 관료조직에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
"과거 같으면 10년후 20년후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어떤 어떤
코스로 과장 국장을 거쳐 1급으로 승진했다가 운 좋으면 장.차관이 되고
못되도 금융기관장 자리는 보장될 것이란 정도는 그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앞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재경부 금융정책국 사무관)
실제로 지금 재경부 등 경제부처들은 인사적체에다 정부개혁 등의 여파로
순탄한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경제관료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젊은 관료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또 한가지 신세대 관료들의 직업관이 변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이제 나라와 명예를 위해 열심히 일해 보자고 얘기
해도 호응하는 후배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기능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프로의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그 국장은 덧붙였다.
사실 최근 공직을 과감히 벗어던진 젊은 관료들은 하나 같이 행시를 10등
안에 들어 통과하고 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인재들이다.
그런 만큼 민간기업으로 전직하면 1억-2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4급 서기관의 연봉이 3천만원에도 못미치는 "박봉"인 것을 감안하면 3-6배
를 넘는 봉급을 받는 셈.
신세대 엘리트에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은 대개가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정부건 민간기업이건
상관 없다. 오히려 민간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나서 나중에 국장급 자리가
개방되면 그때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열린 사고를 하고 있다.
공직을 그만 두면서 "천직을 버린다"는 식의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엘리트 경제관료들이 과천을 떠나는 행렬은 좀처럼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조직에 대한 개혁요구는 더욱 세질테고 그럴수록 관료로서의 메리트는
더욱 줄어들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관과 민 사이의 원활한 인재교류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어쨌든 지난 수십년동안 자부심과 권위를 갖고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했던
경제관료들이 지금은 몹시 흔들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