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을 놓고 이 은행을 인수키로 한
미국투자회사인 뉴브리지와 금융감독위원회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기준마련작업이 늦어져 4월말로 예정된 인수계약도 지연되지 않
을까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용득)은 7일 성명서를 통
해 제일은행 매각관련 양해각서를 전면 공개하라고 요구,논란을 빚고있다.

뉴브리지와 금감위가 작년 12월31일 맺은 양해각서에는 제일은행의 자산
을 시장가치평가방식(Mark To Market)으로 평가하기로 돼있다.

제일은행이 갖고 있는 자산을 현재의 시장가치대로 평가하자는 것인데
주식이나 채권등 유가증권은 별문제가 없으나 대출자산이 쟁점으로 등장하
고 있다.

시장가치평가방식대로라면 제일은행이 특정기업에 빌려준 대출은 시장에
내다 팔 았을 경우 실제 받을수 있는 값으로 평가된다.

이는 금감위가 일반은행의 자산을 평가하는 기준보다 까다로워 제일은행
자산가격이 정부 추산보다 적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로인해 제일은행을 정상
화시키기위한 공적자금투입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양해각서에 담긴 시장가치평가방식은 양해각서를 발표할때 공개되지 않았
던 것으로 금융노련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드러나게됐다.

이와관련,뉴브리지는 미국은행이나 투자기관들이 사용하는 까다로운 시장
가치평가방식을 적용하자며 금감위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금감위는시장가치평가방식을 적용키로 양해각서에 서명한 만큼 이를
존중하되 한국적 현실을 감안하자고 주장하고있다.

한편 뉴브리지 컨소시엄에 GE캐피털의 참여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식 시장가치평가방식에 의해 부실로 분류되는 대출이라도 한국적 현
실을 감안할 경우 부실이 아닐수 있다는게 금감위 지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행들은 부채비율이 2백%를 넘으면 사실상 부실회사로 간
주하지만 한국은행들은 정상으로 볼수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들은 1개월이상 연체해야 요주의여신으로 간주하지만 미국은
행들은 하루만 연체해도 비정상으로 보는데다 향후 상환능력을 중시해서 자
산을 분류한다.

금감위 관계자는 "양해각서는 최대한 존중해야한다"며 "다만 협상과정에서
한국적 현실을 감안해 시장가치평가방식을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
했다.

뉴브리지 관계자는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한국정부와 한
배를 타게 되는 것"이라며 "제일은행을 가장 경쟁력있는은행으로 만들겠다"
고 말했다.

고광철 기자 gwang@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