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 등 상호금융기관들이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감사원이 농협에 대해 "썩을대로 썩었다"는 판정을 내린 후부터다.

농민들의 불만은 확산일로다.

전남의 나주 장흥 진도, 충남의 논산 보령 아산 천안 등에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는 농협지부 건물을 점거하고 있다.

검찰은 "농.수.축협비리 엄단"을 천명하고 빠르면 내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농.수.축협중앙회와 관계부처는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28일 농가부채 경감을 위해 정부의 농민정책자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농.축협의 대출금리도 연 14%에서 2%포인트를 내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차제에 농수축협 부실을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어민 외면한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는 지난 95년부터 기업에 대한
대출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30대 그룹에겐 예금(2천7백48억원)의 2.8배인 7천8백39억원을
대출해줬다.

"도시에서 예금을 받아 농촌에 대출한다"는 농협중앙회의 오랜 자랑은
거짓말이 돼버렸다.

이마저도 부실덩어리가 됐다.

기업여신 중 3개월이상 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대출금 회수가 의문시되는
부실여신은 지난 94년 1.11%에서 작년 8월말 7.03%로 대폭 늘어났다.

한보나 진로 등 부도가 난 대기업에 9천1백84억원의 대출이 나가있다.

대기업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가 6천1백95억원을 대신 물어줘야
한다.

기업에는 돈을 퍼 준 반면 농어민들에게 가혹했다.

고율의 이자를 적용해 돈놀이를 했다.

일부 단위조합은 아직도 연 23%이상의 고금리를 받는다.

예대(예금과 대출)금리차도 크다.

지난해 농협 단위조합의 예대금리차는 5.6%포인트로 은행의 3.5%포인트
보다 2.1%포인트 높았다.

<>어처구니 없는 모럴해저드 농협은 신용불량자 중에서도 가장 악덕
채무자인 적색거래처에도 대출을 해 줬다.

그것도 무려 6천5백만여명에 1천억여원이다.

신용불량자로 등록시켜야 하는 9만7천여명을 누락시켜 자신들은 물론
다른 금융기관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97년 농협의 재무제표를 보면 1천3백32개 조합 중 39개 조합만이
결손이고 이중 17개만 전액 자본잠식 상태다.

모두 엉터리다.

제대로 하면 전체의 92%인 1천2백34개가 결손이었고 48%인 647개가
자본전액잠식 상태였다.

<>대책은 없나 제대로된 감독기관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과거 은행감독원)은 농림부나 해양수산부에, 농림부 등은
금융감독원에 책임을 미뤘다.

그 바람에 농수축협은 누구도 감시.감독하지 않는 곳이 돼버렸다.

책임있는 감독기관을 정해주고 엄격한 감독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금융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감독은 금융감독원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해야한다.

지금처럼 농림부 해양수산부가 관리하거나 양쪽이 함께 해서는 제대로된
감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효율적인 감독체계도 필요하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적기시정조치제도와 같은 것을
도입해 적절한 시기에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