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회계 법인인 앤더슨 컨설팅이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스톡 옵션제도가 업종을 불문하고 미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증시에 상장된 기업중 3분의 1 이상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 옵션제를 시행중인 것으로 앤더슨은 추정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스톡옵션은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기업, 그 중에서도
특정임원이나 전문직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실제로 몬산토(화학), 펩시(음료) 등의 거대기업은 물론 갭(패션) 스타벅스
(커피 체인) 보더즈 북스(서점체인) 등 각 분야의 중견 기업들까지 이 제도
를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배 형평성과 생산성
의 제고다.

일정량의 자사 주식을 싯가보다 휠씬 싼 값에 살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 제도는 일종의 성과급이라 할 수 있다.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만큼 그 혜택이 스톡옵션 보유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IBM 시티그룹 코닥 등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연간 수억달러씩의 보너스
를 챙기고 있는 것도 바로 스톡옵션 덕분이다.

미국 기업들이 이 제도를 임직원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과급의 혜택이 고위 경영진은 물론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고루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에서다.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작년 4.4분기 미국의 평균 생산성이 3.7%로 지난 20년만에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일부 기업들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종업원들의 이직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등 인사관리에 안정을 되찾았다는 뉴스도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직률이 경쟁기업들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스타벅스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요즘 "종업원(Employee)"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는다.

대신 모든 임직원들을 회사의 공동 소유주라는 뜻으로 "파트너"라는 호칭
으로 부르고 있다.

스톡옵션이 확산은 미국증시의 저변을 넓히는 효과도 가져 왔다.

이 제도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1천6백만-1천7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0년대에는 1% 안팎에 불과했던 미국기업들의 평직원 자사주 보유비중이
요즘엔 10% 가까이로 높아졌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러나 스톡옵션 대중화의 가장 큰 효과는 뭐니뭐니해도 "샐러리맨 기
살리기"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성패는 소수 정예의 최고 경영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는 이른바 "핵심 고용이론(Key-employee theory)"에서 뛰쳐 나와 임직원
전체의 신바람을 이끌어 내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거릿 블레어 같은 사람은 이런 현상에 대해 기업들이
뒤늦게 나마 현실을 직시한 결과라고 말한다.

기업의 최고 자산은 임직원 상호간의 유기적인 인간관계이며 이를 통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 여부가 경영의 성패를 가늠하는 최고
잣대라는 것이다.

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며, 바로
스톡옵션의 대중화가 그 유력한 대안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경영 평론가인 제프 게이츠는 "미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자본가들을 배출하지 못해 왔다는 것"이라며 스톡옵션의
대중화가 해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구조개혁의 와중에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한번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