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상근부회장이 유임된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 지금 그만두기에는 "아쉽다"는게 재계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교체를 점치는 루머도 잠시 돌았지만 전경련 사무국에선 일찍부터 유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변수는 있었다.

정치권이 대기업 구조개혁 촉진을 명분으로 은근히 교체를 희망했더라면
상근부회장은 바뀔 수 있었다.

실제로 "자천타천"으로 상근부회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부회장이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연임된 것은 그가 재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많고 중요해서다.

우선 지난달 25일 영국을 시작으로 벌이고 있는 해외로드쇼가 막 결실을
맺으려 하는 시점임을 생각할 때 지금 기수를 바꿀 수가 없는 일이다.

또 빠르면 3월께 출범이 예상되는 주요 업종의 사업구조조정 협상은 그가
아니면 매듭지을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남아 있다.

여기다 정부정책 못지 않게 기업의 일관된 목소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상근부회장 연임에는 그러나 무엇보다 김우중 회장의 신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자신의 비전과 포부를 손 부회장에게 설명해 실행에 옮기면서
손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김 회장은 손 부회장의 교섭.기획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상근부회장은 "연임 여부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일해 왔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짓고 우리 경제를 상승 속선으로 돌려 놓는데
온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