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설명회인지, 국회의원들의 고향방문인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경제부처 장관들의 지역경제설명회를 보면 이런
착각이 들 정도다.

아직 대구와 부산 두 지역밖에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선심성 행정이 난무하고 있는게 심상치 않다.

신호공단과 녹산공단이 자리잡고 있는 부산시 강서구를 고용촉진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 대표적이다.

고용촉진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역내 업체들은 새로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임금의 절반을 1년동안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현재 고용촉진지역은 전국에 단 한 군데도 없다.

물론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볼때 부산시의 실업률이 10.1%로 가장 높긴
하다.

그러나 광주(8.8%) 대구(8.6%) 울산(8.0%) 등도 고용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형평에 어긋나는 것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없다.

현재 제조업 광공업 금융및 보험 서비스업 등 75개 업종이 고용촉진대상
업종으로 지정돼 똑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도 "일정 지역 전체를 고용촉진지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단란주점에서 새로 종업원을 고용해도 지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산업단지인 구미 4단지를 계획대로 2000년말까지 조성하겠다는 것도
전형적인 선심행정이다.

이 곳은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입주희망자가 뚝 떨어져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이번에 공사를 재개하기로 갑자기 방침이 바뀌었다.

이에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실업률이나 부도율 통계만을 제시하고
지역차별이 없다고 설명하기에는 지역정서가 너무 이반된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어느정도 ''선물''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억지춘향격"으로 지방에 내려가게 된 장관의 고충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장관들이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립서비스"로 민심을 달래려 했다면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다.

행정부처 장관들의 발언은 정치가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공약이 아니라 실현성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지역감정도 엷어질 수 있다.

경제장관들의 지역방문은 이번 주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지역경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준현 경제부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