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 경제연구소가 대기업병을 질타하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강한 중소기업에서 배우는 지혜"란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경영환경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는데도 대기업은 "대마불사"
신화에 안주해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잡초같은 생명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배우라"고 충고한다.
홍진크라운의 핼맷은 미국 오토바이족 10명중 4명이 착용하고 있다.
영안모자와 대성금속은 각각 모자와 손톱깍기 하나로 세계시장의 40%를
독식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진웅은 전세계 텐트물량을 35%를 공급하는 강자가 됐다.
대륭정밀도 세계 위성방송 수신기 시장의 25%를 점령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 그룹은 "지리멸열" 그 자체다.
IMF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실제로 30대 그룹가운데 현대 삼성 대우 LG
SK등 "빅5"와 롯데 동부 동국제강 등을 제외한 대부분은 그룹 자체가 와해된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소개하는 성공한 중소기업의 경영비결은 이렇다.
<>한우물을 파라=강한 중소기업은 곁눈질을 안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은 이 결과다.
홍진크라운의 한 임원은 사업 다각화에 대해 "헬맷 사업만도 바쁘다"고
잘라 말했다.
메디슨은 초음파진단기 외에 자회사를 통해 호흡분석기와 X-레이(ray)등
다양한 의료기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 방향은 오직 "산부인과용 의료기기".
메디슨 하면 초음파진단기, 진웅하면 텐트, 대성금속하면 손톱깍기를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다.
반면 세계 4대 테니스볼 업체인 낫소는 스포츠의류 분야로 다각화를
시도하다가 92년말 부도를 냈다.
<>몸을 가볍게 하라=강한 중소기업은 차입경영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나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자산증식엔 무관심했다.
홍진크라운 관계자는 왜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돈
있으면 공장을 키우지요"라고 대답했다.
동국제강은 지금껏 3층짜리 낡은 건물을 본사로 쓰고 있다.
남양유업은 한술 더뜬다.
본사 건물도 없이 전세로 입주해 있다.
<>7전8기의 정신을 가져라=강한 중소기업은 대부분 초창기에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시련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은 "사업 초창기에 몇번이나 한강다리를 서성이다가도
가족 얼굴이 떠올라 차마 뛰어 내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능력이 기업내에 퍼지면 모기업이 쓰러져도 일부
조직이 분사하는 "패자부활"의 풍토가 생긴다.
지난해 10월 부도를 낸 가산전자의 경우 이사가 독립해 그래픽 카드를
생산하는 시그마콤을, 차장은 인터넷 전문업체인 쓰리R소프트를 세워 재기의
노력을 다지고 있다.
<>가족처럼 단결하라=홍진크라운은 91년 수해로 공장이 유실됐다.
납기를 못 맞추고 직원들은 동요했다.
또 복구비 지출에 따른 자금부족등 3중고를 겪었다.
그러나 대출을 받아 종업원에게 여름 상여금을 지급했다.
종업원들은 휴가를 자진 반납하고 복구에 전념했다.
이 회사가 시련뒤 1개월만에 정상 가동에 들어간 것은 창업주를
가부장처럼 믿고 따르는 응집력 덕택이었다.
<>프로가 일하는 환경을 만들라=광고업계의 기린아 웰컴은 "파티를 하러
가는 마음으로 출근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회사 분위기"를 만들었다.
반면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모회사의 제조업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프로들이 일하는 환경에 인재가 모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기업을 모방하지 말라=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을 흉내내기
시작하면 자멸하고 만다.
태일정밀은 초창기 국내 벤처기업의 신화를 일궜다.
그러나 금융 건설 레저 방송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대기업식
계열경영을 추구했다.
결국 과중한 차입금을 못이겨 부도를 맞고 말았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