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이후 회사가 망했습니다. 종업원은 다 떠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생이별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농산" 이종순(50) 사장은 22일 검찰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단 한번의 수사잘못으로 회사가 망하고 가족이 흩어져야 했던 아픔이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검찰수사만 없었다면 지금쯤 미국에 주생산품인 통조림 골벵이를 수출하는
재미에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공장을 돌리고 있을 텐데..."

이사장은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사장이 이렇게 가슴 아파하는 것은 검찰이 수사해 기소한 보건범죄단속
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혐의에 대해 뒤늦게 무죄선고를 받아서다.

"회사가 다 망한 뒤 무죄선고를 받으면 뭘합니까.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줍니까"

이 사장과 우리농산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18일.

검찰은 당시 우리농산이 통조림 골벵이 번데기 단밭죽에 인체에 해로운
포르말린을 첨가했다며 수사했다.

검찰 수사이전만해도 우리농산은 이름있는 회사로 탄탄한 길을 걷고 있었다.

종업원수 25명, 연간매출 2억원으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북 완주군지역
의 유망 중소기업이었다.

이 사장은 검찰조사직전 미국 수출꿈에 부풀어 있었다.

전라북도가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세운 전북무역을 통해 미국수출
계약을 따냈다.

매달 2억원 규모의 통조림 골벵이를 수출하기로 돼있었다.

당시 연간 매출액이 2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월간 2억원의 수출은
우리농산이 더 클 수 있었던 중요프로젝트였다.

여기에다 우리농산은 완주농협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는 운전자금을 받기로
돼있었다.

농협과 얘기가 다돼 신청서류를 꾸미던 중 이 사장은 검찰에 연행됐다.

미국수출과 운전자금신청을 통해 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사장이 구속된 이후 피해는 더욱 커졌다.

공장 설비에 압류딱지가 붙었고 반품물량이 쏟아져 들어왔다.

은행의 자금지원길도 막혔고 힘차게 돌던 공장도 멈춰섰다.

종업원들도 회사가 망했다며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현재 2명의 사무직원만 남아 회사를 지키고 있다.

세상인심이 그렇듯 회사가 망하자 종업원들은 밀린 임금을 달라며 이 사장을
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우리농산의 피해는 재료공급업체의 피해로 이어졌다.

서울의 H사는 우리농산이 발행한 어음을 결재받지 못해 부도피해를 입어야
했다.

이 사장은 "채권자들의 등살에 못이겨 가족들이 친척집으로 옮겨야 했던
일이 가장 뼈에 사무친다"며 "회사를 어떻게 살려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혁 변호사는 "기업에 대한 수사는 신중해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