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금융불안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5일 중앙은행이 환율방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레알화를 사실상 추가
평가절하했다.

이로 인해 연일 폭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단숨에 15%이상 솟구치는 급반등세
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로인해 당장 레알화 가치가 달러당 1.55레알까지 떨어졌으며 향후
통화가치가 더 폭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페드로 말란 재무장관과 프란시스코 로페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위기
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실 금융계에서는 그동안 환율의 추가 절하설이 난무했었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브라질의 환율조정이
너무 늦었다"면서 "수주내에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결국 올해 레알화
가치가 30%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란시스코 로페스 신임 중앙은행 총재는 "전혀 근거없는 소리"
라며 추가 절하설을 극구 부인해 왔다.

하지만 전날 주식시장 거래가 중단되고 외자이탈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
하는 등 금융불안이 가중되자 결국 이같은 고육책을 택하게 된 것으로 분석
된다.

이에앞서 브라질 중앙은행이 처음으로 레알화 평가절하 조치를 취한지
이틀째인 14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브라질의 장기 무담보 외화채권 등급을 "BB-"에서 "B+"로 내렸다.

기업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이 무더기 하향조정됐다.

또 이날 중앙은행 통화정책 담당관 클리우디오 마우슈가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번복하는 등 정부와 중앙은행 내부에서 위기대책을 둘러싼 이견을
노출했다.

구스타보 프랑코 전 중앙은행 총재에 이어 중앙은행 간부들의 잇단 사임
소동은 국가 금융 리더십에 균열을 더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돌파구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사태의 발단이 미나스 제라이스 주정부와 연방정부와의 알력에서 비롯된
만큼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채무협상을 먼저 타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브라질의 총외채 2천3백5억달러(민간부채 1천4백50억달러)중 단기부채
비중은 3백억달러에 그칠 정도여서 멕시코나 아시아 금융위기보다는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같은 점에서 19일로 예정된 브라질 상원의 정부 재정개혁안 표결은
브라질 사태 추이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당초 IMF 구제금융(4백15억달러) 조건으로 6백4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GDP의 8%)를 줄이고 재정지출을 2백35억달러 감축하는 등의 긴축
정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작년말 상원이 이를 부결시킨후 구제금융 집행이 미뤄져 왔다.

브라질 금융위기의 진화를 위해서는 이 법안의 통과가 필수적이다.

브라질 정치 상황도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