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속에서 전직원 2백50%, 10년근속 직원 1천%의 특별 상여금을
지급한 회사가 있다.

여성복 전문업체 "한섬"이 주인공.

이회사에 입사한지 4년차된 대리는 지난달 30일 4백50만원이상이 든
두둑한 월급봉투를 받았다.

10년 근속자들은 이날 무려 2천만원이 넘는 목돈을 챙겨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잠정치)은 1천16억원.

전년(1천2백29억원)보다 17% 줄었다.

의류시장자체가 30~40% 위축돼서다.

그러나 이회사의 순익은 1백21억원.

전년(1백6억원)보다 오히려 14% 늘었다.

부채비율도 51%에서 39%로 낮아졌다.

한섬은 내수업체다.

라면같은 생필품을 파는 것도 아니다.

IMF이후 소비억제 1순위라는"옷"을 팔면서도 내수침체를 극복한 한섬의
무기는 무엇일까.

소수정예의 브랜드로 고급이미지를 유지하는 철저한 브랜드 관리가
한섬의 첫째 비결이다.

한섬은 올해로 설립 12년째를 맞았지만 브랜드는 타임, 마인, 시스템,
SJ 등 4개뿐이다.

이들 브랜드는 전문직 직장여성을 겨냥한 정장(타임), 케릭터케주얼(마인)
등 각자 분명한 컨셉과 타깃을 갖고 해당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다.

고가브랜드인 타임의 경우 5년전 첫선을 보인 이후 단 1번도 세일을 하지
않았다.

타임과 시스템, SJ도 세일은 1년에 2번뿐이다.

그런데도 잘 팔리는 것은 타깃을 "패션리더"로 잡았기 때문이다.

불경기에도 옷 구입비를 크게 긴축하지 않는게 패션리더들의 특징이다.

한섬이 불특정다수를 향한 TV광고를 안하는 것도 타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마케팅으로 광고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판매효율은 극대화하고
있는 것.

수입품과 경쟁해서 패션리더들을 잡아두자면 제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한섬은 제품기획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회사의 디자인팀에는 무려 1백50여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전직원(6백80여명)의 23%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은 1주일에 2번씩 영업, 생산, 마케팅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한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기획하는
비결이다.

슬림화된 젊은조직도 한섬의 경쟁력이다.

한섬에는 사장을 포함, 임원이 6명뿐이다.

덕분에 결제는 3~4단계.

마케팅실의 서갑수 대리처럼 사장에게 직접 결재받는 직원도 적지 않다.

경상이익의 30%를 사내복지기금으로 적립, 다양한 복지정책을 펴고
이번처럼 특별상여금을 주는등 한섬맨의 자부심을 높이는 "직원만족 경영"도
한섬의 대표적인 경쟁력이다.

한섬의 정재봉 사장은 "한섬의 마케팅은 푸시(push)가 아니라 풀(pull)전략
"이란 말을 강조한다.

제품을 밀어내듯 소비자들에게 들이대는게 아니라 신선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찾게끔 끌어당겨야 한다는 말이다.

소수정예의 브랜드 관리, 우량한 재무구조, 뛰어난 제품기획력, 구매력
높은 고객을 겨냥한 과학적 마케팅, 직원만족 경영 등이 한섬의 5대 무기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