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금융계좌추적권을 2년간 한시적으로 주는 내용의 "공정
거래법 개정안"이 29일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간 표대결까지 벌였던 동 법안은 이로써
30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모두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돼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법사위는 또 대표적인 규제개혁법안으로 꼽히던 "공정거래법이 제외되는
부당공동행위 정비에 관한 법"(일명 카르텔 금지법)도 소위에서 재심사하기
로 했다.

이날 법사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사한 의원들은 "계좌추적요구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금융기관장에 계좌추적을 의뢰함으로써 부당내부
거래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거래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계좌추적을 할 수
있다"며 "검찰의 수색 및 압수영장도 특정 범죄사실에 국한해서 발부하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같은 포괄적인 금융계좌추적권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계좌추적권의 남용을 막기위해 4가지
보완장치를 마련했다"며 "금융기관장에 요구한다는 조항만으로 남용을 우려
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으나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카르텔 금지법"과 관련,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은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자격사들의 수임료 담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정무위가 일괄해서 다룰
권리가 있느냐"고 심사체계상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에대해 국민회의 조홍규 의원은 "전문자격사들의 보수수준 규정이 "공정
거래법의 적용이 제외되는"조항이기 때문에 공정위 관할 상임위인 정무위가
다룰 수 있다"고 맞섰으나 동 법안 역시 심사소위로 넘어갔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