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출범하는 한빛 국민 하나 등 합병은행의 업무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객들이 적잖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출범날짜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인사나 전산망 통합 등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빛(상업+한일)은행 국민(국민+장기신용)은행
하나(하나+보람)은행 등 3개 합병은행은 전산망 통합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은행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중 하나은행만이 하나은행 전산망을 쓰기로 확정했을 뿐 한빛 국민은
각각 합쳐지는 두개 은행 가운데 어느 쪽 전산망을 활용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불가피한 고객 불편 =합병은행들은 일단 두 은행 단말기를 각각 반씩
나눠 상대방 지점에 설치키로 했다.

예를들어 과거 상업은행 지점은 단말기 절반을 인근 한일은행 점포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두 은행 단말기를 갖추게 된다.

고객들은 전국 어느 지점을 가든 업무를 볼 수 있다고 한빛은행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단말기 숫자가 사실상 절반으로 줄어 업무처리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전산망 통합이 이뤄지는 내년 상반기에는 일시적인 기능장애도
우려된다.

퇴출은행 전산망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은행이 멀쩡한 고객을 대출금
연체자로 등록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합병은행의 경우 전산용량이 커서 통합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인사및 조직통합도 늦어져 =한빛은행은 행장선임을 둘러싼 논란으로
후속인사마저 늦어졌다.

비상임이사회와 상임이사.집행이사 등 경영진 인선에 앞서 차장급 인사를
지난주 먼저 단행했다.

이번주중에는 경영진및 부장급 인사가 예정돼 있다.

인사의 순서가 뒤바뀐 꼴이다.

또 본점도 결정되지 않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본관에 부서를 나눠 배치
하고 있다.

한일은행 본관에는 후선관리부서를, 상업은행에는 영업담당부서를 각각
배치했으나 나중에 본관이 결정되면 부서배치를 다시 바꿔야해 시간및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국민 장기신용은행은 직급조정에 대한 직원의 반발로 통합작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28일에야 일선점포 차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통합교육을 실시했다.

최근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장기신용은행 퇴직자 대부분은 대리급 실무자
여서 기업금융업무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확대이사회를 통해 전체 대출중에서 대기업 비중을 현행
20% 이내에서 30% 이내로 소폭 높이기로 해 가계금융과 기업금융을 결합
한다는 합병취지가 무색해졌다.

<> 파벌싸움 가능성도 상존 =지난 12월 중순에 통합인사에 이어 중복점포를
폐쇄한 하나은행도 전산망 통합이 완료되지 않아 적잖은 불편이 예상된다.

겉으로는 직원간 융합도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언제라도 두
은행간 파벌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한빛은행과 국민은행도 출신은행간 대립이 언제든 빚어질 수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