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업체들이 기득권을 유지할 것인가, 유럽업체들이 한국
항공시장에 새롭게 진출할 것인가"

내년초 출범하는 항공 단일법인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의 지분참여를 놓고
세계 항공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업체들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이 채권은행단과 협의를 거쳐
단일법인 출범을 구체화하자 경쟁은 더욱 뜨거워 지는 양상이다.

<>방한 잦은 유럽업체=유럽에 본사를 둔 항공업체 고위관계자들의
방한이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의 미셀 딜레이 우주방산부문 사장은 지난 17일
한국을 찾아 산업자원부 최홍건 차관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임임택 사장
내정자를 잇따라 만났다.

영국의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의 제임스 W 맥도웰 아시아담당
사장도 이날 임 사장 내정자와 공식협의를 가졌다.

BA는 지난 16일 그레험 치스널 전략기획실장을 산자부에 보내 항공
단일법인 출범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미사일과 항공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영국의 GEC사도
고위관계자를 산자부에 보냈었다.

유럽업체들이 이렇게 자주 한국을 찾는 이유는 물론 항공 단일법인에
대한 지분참여 방안을 모색하기위한 것.

외국업체들의 입장에서 볼때 한국은 연간 항공 방산물량이 1백억달러에
이르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따라서 "미국에 밀려 시장진입을 못한 유럽업체들로서는 단일법인
지분참여를 통한 시장개척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느긋한 미국업체들=미국 업체들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최근 한국에 고위관계자를 보낸 업체도 보잉사뿐이다.

지난 16일 외주 하청담당 임원인 존 비셥 이사가 방한했다.

임 사장 내정자를 만나기는 했지만 현대그룹과의 사업협의가 주요 내한
목적이었다.

유럽계 업체들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항공 방산장비 대부분을 미국업체들로부터 사들였다.

따라서 이미 매입한 장비들과의 시스템 호환성을 감안하면 후속 발주물량
상당규모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으로 미국업체들은 낙관하는 모습이다.

<>향후 전망=정부는 유럽계와 미국계의 상반된 움직임에 당혹해 하는
눈치다.

지분가격을 비싸게 받기 위해선 유럽업체들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그 경우 시스템 호환 등 예상되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

미국업체들에게 낙점을 주자니 지분을 너무 헐값에 넘겼다는 비난을
받아야 할 처지다.

지분을 양측에 동시 매각하는 방안은 기술이전 등에 제약이 있어 어려운
형편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포함한 금융지원과 항공산업 육성방침
등이 구체화되면 어느쪽이 국익에 유리한 지를 따져 지분매각 대상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