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은 서로 얼굴도
모른채 사랑에 빠진다.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남자.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에게 애인을 만들어달라고 조르는
꼬마.

여자는 부자의 인간미에 반해 장거리 전화로 사랑을 키워간다.

남자와 여자는 크리스마스때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며
동화같은 사랑을 이룬다.

이들이 5년만에 다시 만나 영화 "유브갓메일(You"ve got mail)"을 찍었다.

서로를 모르는 채 사랑에 빠진다는 모티브는 비슷한데 이번엔 큐피드가
달라졌다.

사이버시대에 걸맞게 장거리 전화 대신 인터넷메일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톰 행크스는 대형 할인서점의 경영자 조 폭스로, 멕 라이언은 작지만
유서깊은 서점의 주인 캐슬린 켈리로 나온다.

두사람은 현실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원수사이.

박리다매정책을 앞세운 조의 체인점 때문에 캐슬린의 서점이 문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선 각각 "NY152"와 "shopgirl" 이라는 ID로 매일 편지를
주고받거나 채팅을 하는 정다운 친구사이다.

두사람은 서로의 이름과 얼굴도 모르면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조언도 건넨다.

캐슬린의 서점은 결국 경영난으로 폐업하고 두사람은 진짜로 만나 얼굴을
보기로 약속한다.

조는 약속장소인 카페에 도착하나 보고싶던 "통신상의 천사"가 사실은
원수처럼 지내던 캐슬린이었다는 것을 알고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조는 다정다감한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는 자신을 깨닫고 본격적인
구애작전에 나선다.

매일 캐슬린의 주변을 맴돌며 우연인 것처럼 만나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나간다.

그리고 어느날 뉴욕의 공원에서 두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영화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을 연출했던 노라 에프론 감독이 또다시
감독 제작 각본을 맡아 1인다역을 해냈다.

통신상에서 만난 두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선 한국영화 "접속"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라이언일병죽이기"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프렌치키스"의 멕 라이언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다.

두사람 모두 어느덧 나이가 들어 버린데다 다소 진부한 줄거리가 맥을
빠지게 한다.

그러나 재치있는 대사와 코믹한 상황들이 이를 충분히 보완해주는 영화다.

31일 개봉될 예정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