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을 안팎에서 감시하는 장치가 강화된다.

대주주들이 확고한 단일지배체제를 토대로 마음대로 경영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원배 부위원장은 2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상장사 임원들
을 대상으로 "기업투명성제고를 위한 정책방향"을 설명하며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위는 대주주 전횡을 막지 못하면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이 또다시
부실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사외이사의 발언권이 세진다 =대주주들은 현재 계열사 등을 통해 높은
지분율을 유지하며 주주총회를 지배하고 있다.

대주주들은 특히 최고경영자까지 겸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사 감사의 임면 등을 통해 이사회및 감사를 "꼭두각시"로 이용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따른 폐해를 없애기 위해 올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를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우선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사외이사는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등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 외에 대주주나
해당법인과 실질적인 인적관계 등이 없어야 한다.

또 사외이사에 대해 정보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정보제공요구권)를
부여할 방침이다.

또 사외이사 수를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관련법과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총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7백52개 상장사에 7백64명정도인 사외이사는 내년에
2천명안팎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와함께 정부는 영국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회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감사기능을 독립시킨다 =감사제도를 미국식의 "감사위원회제"나 독일식
의 "감사회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기업과 관련이 없는 사람을 사외이사를 뽑아 외부감사인의
선임과 해임,내부통제구조감시 등 감사와 관련된 업무를 맡도록 하는
이사회소속 소위원회다.

소위원회는 3~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감사회는 감사위원회와 비슷한 것이지만 근로자대표를 감사로 선임하는
것이 다르다.

<> 소수주주가 견제한다 =정부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도란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금액도 엄청나지만 개별적으로는
소액이어서 소송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기가 곤란한 경우 대표자가 전원의
청구총액을 일괄적으로 제소, 전체의 권리를 실현시키는 소송형태를 말한다.

집중투표제도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된다.

2명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1주에 선임이사수 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해
소수주주가 1명의 이사후보에게 집중 투표함으로써 소수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는 대표소송제기권 등 기존 소수주주의 권리와
함께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무기"가 될 듯하다.

<> 채권단도 감시한다 =주채권은행과 주채무계열간에 체결된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대주주의 전횡을 철저히 감시하는 장치로 활용될 전망이다.

약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신중단같은 제재가 따르기 때문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