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증권가에서 단연코 눈길을 끈 보고서가 있었다.

장득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사례를 빗대 최근의
증시 투기양상을 파헤쳤다.

당시 네덜란드 사람에게 튤립을 소유하는 것은 신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튤립매매는 서서히 투기성향을 띠면서 재산축적 수단으로 바뀌어 투기열풍이
전국을 뒤덮었다.

튤립 가격이 계속 올라가자 팔았던 사람이 다시 매수에 가담했고 일부 빈민
층은 집까지 팔아가면서 튤립을 사는데 열을 올렸다.

집 토지 생필품 등도 천정부지로 올라 물가가 폭등했다.

그러나 이성을 되찾으면서 1637년 1월에 20배이상 상승했던 튤립은 2월들어
급락, 매매 당사자의 파산이 속출했고 일부는 해외로 도피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이제 겨우 외환위기전의 수준을 회복한 주가를 튤립파동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객장에서 "아줌마" 부대들이 증권주와 건설주가 마냥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잡히는 것은 무조건 사주세요"하는 것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7월초 1백원선이던 증권주
우선주가 1만원대를 넘어선 것은 투기적인 요인 이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내년 경기도 바닥권을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후죽순으로 돋아나고 있으니
투자자들의 마음이 급한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아무리 투기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옥석을
가릴줄 아는 정석투자를 외면해서는 튤립파동과 같은 화를 면하기 어렵다.

최인한 < 증권부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