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을 잡아라"

현대 삼성 LG 대우 SK 등 5대그룹이 계열사를 절반이상 잘라내는 구조조정
을 단행하면서도 유독 금융업만은 한 곳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5대그룹 모두 금융을 주력업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더구나 정부가 생명보험 신용카드 등 주요 금융업의 신규진입 요건을
최근 크게 완화함에 따라 5대그룹은 잇달아 이들 분야에 진출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어느덧 금융이 "빅 5"의 격전장으로 돌변할 분위기다.

<> 잇따라 금융진출 =주요 대기업이 신규 진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현재
생명보험과 신용카드업이다.

LG는 최근 계열 손해보험회사인 LG화재를 통해 생명보험회사를 신설키로
하고 재정경제부에 인가 신청서를 냈다.

인가가 떨어지면 부산의 한성생명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생보업에 진출한다
는 계획.

역시 손보사(현대화재)만을 갖고 있는 현대도 부실 생보사 2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생명보험업에 진출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 삼성 LG가 모두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을 동시에 영위하게
된다.

신용카드의 경우 재경부가 최근 신규진입을 허용한뒤 현대와 SK가 적극적
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는 이를 위해 지난달말 현대할부금융사의 자본금을 3천억원으로 증자
했다.

조만간 정부에 인가신청을 할 예정이다.

신용카드업 진입을 위해 SK캐피탈이란 계열사를 신설한 SK도 기존의
할부금융사를 인수해 정부의 인가를 받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밖에도 삼성은 올들어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 삼성투자신탁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고 LG도 신용조사업체인 LG신용정보를 세워
금융계열사를 늘렸다.

이로써 현재 증권업엔 5대그룹이 모두 진출해 있고 앞으로 신용카드
생명보험 할부금융 창업투자 등에도 5대그룹이 대부분 발을 담글 전망이다.

한편 그룹별 금융계열사 수는 <>현대 10개 <>삼성 10개 <>LG 9개 <>대우
5개 <>SK 4개 등이다.

<> 왜 금융인가 =대기업들이 금융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미래 유망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금융산업 자체가 크게 낙후돼 있다.

바꿔 말하면 앞으론 성장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어느정도 자본력만 있으면 노려볼만한
분야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둘째 기업들의 자금 줄로서 긴요하다.

평소엔 자금조달을 원활히 해주는 윤활유이고 비상시엔 "위기관리 창구"
역할까지 할 수 있다.

한 은행 임원은 "우리 경제여건상 아직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치
못한게 사실"이라며 "대기업들이 금융회사를 많이 가지려는 것의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없나 =대기업의 금융업 진출때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가
"사금고"화 우려다.

대주주인 기업이 편법대출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돈을 마음대로 갖다 쓰는
폐해가 그것이다.

과당 경쟁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대기업의 잇단 금융진출은 금융업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고 그것은
곧바로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일부에선 5대그룹의 금융업 진출을 무분별하게 허용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제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아예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장은 "금융구조조정 이후 정부가 금융감독을 대폭
강화키로 한 만큼 금융사의 사금고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자본이나 서비스에서 능력있는 대기업들이 금융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금융회사들의 투명한 경영이 관건인 셈이다.

[ 5대그룹 계열 주요 금융회사 ]

<>.현대 (10개) : 현대파이낸스, 현대선물, 현대기술투자, 현대종금,
현대할부금융, 현대증권, 국민투자신탁증권,
현대해상화재, 국민투자신탁운용, 울산종금

<>.삼성 (10개) :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투신운용,
삼성투자신탁증권, 삼성생명투신운용, 삼성할부금융,
삼성화재, 보광창투, 삼성선물

<>.LG (9개) : LG화재, LG종금, LG증권, LG투신운용, LG선물, LG창투,
부민상호신용금고, LG신용카드, LG신용정보

<>.대우 (5개) : 대우증권, 대우할부금융, 대우창투, 다이너스클럽코리아,
대우투자자문

<>.SK (4개) : SK생명, SK증권, SK투신운용, SK캐피탈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