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회의에서 합의된 5대그룹 구조조정 내용은 한국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이 자동차 반도체 가전 선박용엔진 등 한국의 주력산업
이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의 파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향후 예상되는 산업계 지각변동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업종별로
3~5개업체가 참여해 과당경쟁을 벌이던 것이 1개 또는 2개사로 통합된다는
점이다.

또 외국기업이 통합법인에 출자, 주요주주로 참여한다는 점도 빼놓을수
없다.

이에따라 통합기업의 생산능력은 크게 커지게 돼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는 80년초 5공화국 정부가 중화학공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조정을
실시, 자동차 발전설비 디젤엔진 등의 참여업체를 각각 1개~2개사로 통합
했던 것과 유사하다.

먼저 자동차 반도체 가전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2사체제로 재편된다.

현대 대우 기아 쌍용 삼성등 5사 체제였던 자동차의 경우 현대가 기아를,
대우가 쌍용을 인수한데 이어 대우와 삼성이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를
맞바꾸기로 함으로써 2원화됐다.

이에따라 현대는 연산 3백54만대(해외공장 포함), 대우는 2백43만대 체제를
이뤄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의 3원체제인 반도체도 이달 25일까지 현대와 LG가 일원화
함으로써 2원체제로 바뀌게 된다.

현대와 LG가 단일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5.7%로 일본의 NEC를 제치고 2위업체로 부상한다.

일본에 이어 생산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전도 삼성 LG 대우 체제에서
삼성 LG 쌍두마차 체제로 바뀌게 된다.

대우전자를 인수함으로써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컬러TV VTR 등
주요 가전제품에서 세계최대 생산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가전시장을 6대4의 비율로 나눠가질 전망이다.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단일법인을 설립하게 되는 항공분야는
통합법인과 대한항공의 2사체제로 개편된다.

한국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3사 체제였던 선박용엔진은
삼성중공업이 사업을 한국중공업에 넘김으로써 2사체제로 바뀐다.

발전설비 산업은 한국중공업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관련사업
을 넘겨받음으로써 한중이 독점했던 95년이전 형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정유분야도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가 흡수합병함으로써 5사체제가 현대 SK
LG 쌍용 등 4사체제로 재편된다.

이들 업종중 항공 자동차 철도차량 반도체 유화 등의 분야에선 외국기업들
이 주주로 참여하게 돼 이들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업종은 5대그룹이 저마다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5대 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금융관련 계열사는 현대 10개, 삼성 11개,
대우 5개, LG 7개, SK 4개 등 모두 37개사.

현대그룹은 강원은행과 현대종금 조흥은행간 합병을 추진하는 방법으로
조흥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삼성은 대구은행과 동양투자신탁을 인수
한데 이어 한미은행 대주주 지분도 확보했다.

대우는 외자유치를 통한 대형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LG와 SK는
IMF이후 부실화된 LG종금과 SK증권을 수천억원대 증자를 단행하는 방법으로
회생시키는 등 금융사업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다.

5대그룹은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높일수
있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초 중화학산업 투자조정이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돼
실패했던 경험에 비춰 볼때 구조 개편이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질적인 기업문화의 통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기업문화의 통합과 비전의 공유없이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생산라인을 통합하고 과잉설비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와함께 과잉.중복인력의 원만한 조정, 외자유치및 재무구조 개선 등도
과제다.

이밖에 일원화 또는 이원화 체제로의 개편은 경제정책 차원에선 독과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정책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어 경쟁을
촉진시킬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