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자동차사업 구조조정은 그룹 구조조정의 첫 신호탄이다.

박세용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자동차사업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그룹의 전체적인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재계의 사업구조조정 협상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는 그동안 <>자동차 <>건설 <>전자 <>중화학 <>금융 및 서비스
등 5개 핵심역량을 중심으로한 구조조정을 펴겠다고 누차 밝힌바 있어 구조
조정의 큰 틀은 이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계열사나 주력업종내에서도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계열분리 매각
청산 경영철수 합병 등의 절차를 거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화재해상 금강개발 한국프랜지 등 9개사를 계열에서 분리
하는 절차가 진행중이다.

현대화재해상는 최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등 특수관계인과 계열사들의
지분정리가 마무리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계열분리신청서를 접수
시켰다.

금강개발도 계열사들이 지분 매각에 나서 계열분리 준비에 나서고 있다.

현대는 이런 절차를 밟아 핵심역량으로 선택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수는 현재 63개에서 20여개로 대폭 축소된다.

선택과 집중의 경영인 셈이다.

이는 정부의 대기업 정책과도 부합되는 것이어서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이같은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구조조정을 계기로 정주영
명예회장 2세들의 분가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부문의 경영을 완전히 맡긴데서 정 명예회장
의 의지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면 <>2남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정공 현대자동차써비스 등을 총괄하는 자동차부문 <>5남인 정몽헌
회장은 현대전자 등 전자부문과 현대건설 등 건설부문 <>6남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은 중공업부문 등 핵심부문을 관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부문은 개별회사로 분리되는 모양새다.

<>3남인 정몽근 금강개발산업 회장은 유통부문 <>정몽윤 현대할부금융
회장은 현대화재해상 현대할부금융 <>정몽일 현대종합금융 회장은
현대종합금융을 각각 나눠 분가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군과 개별회사들은 서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정리하고 상호지급
보증을 해소해 궁극적으로는 별개로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자동차사업 구조조정은 이른바 "MK(정몽구 회장의
영문 이니셜)그룹"의 탄생으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박세용 사장도 이날 "궁극적으로 분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업종간 지급보증이 해소되면 동종업종간 계열로 나누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해 구조조정과 분가는 무관치 않음을 시사했다.

물론 현대는 이같은 2세들에 대한 분가가 단순히 다수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주주이기도 하지만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며 만약
경영능력이 모자란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대주주로만 남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들에게 넘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 원칙이 직계 2세들 뿐만 아니라 조카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현대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더이상 "공룡"이 아닌 핵심역량을 결집한 "전문
기업군"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