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경(32)은 영락없는 뮤지컬 전문배우다.

대작의 주역에 어울리는 크고 시원스런 외모, 빼어난 노래와 춤 연기솜씨는
"한국뮤지컬계의 라이자 미넬리"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가 11일~31일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려질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508-8555)의 마무리 연습에 한창이다.

"라이프" "아가씨와 건달들" 그리고 "42번가"와 같은 기간에 공연하는
"레미라제블"을 포함, 올들어 4번째 오르는 무대다.

애브너란 자산가의 도움을 받아 극중극 "프리티 레이디"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려는 왕년의 스타 도로시역을 맡았다.

96년 국내 초연때 한번 해봤던 역할이다.

"이번엔 느낌이 달라요.

초연때와는 달리 인물성격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덧붙여 극의 리얼리티
를 살려나갈 생각입니다"

그의 거칠것 없는 말투엔 자신감이 넘친다.

오로지 뮤지컬 전문배우로서의 길을 걸으며 쌓아온 8년간의 연륜이
느껴진다.

그가 프로 뮤지컬 무대에 뛰어든 때는 지난 90년.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4학년때인 88년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은 뒤
솔로음반 작업을 했어요.

음반작업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학교에서 하는
기념연극에 참여하게 됐고 곧바로 뮤지컬 "캣츠"의 오디션에 응했지요"

곱고 예쁜 목소리는 아니지만 어떤 배역이 주어져도 그 성격에 맞게 노래할
수 있는 독특한 음색과 승부욕은 뮤지컬 배우로서 그의 주가를 높였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코러스라인" "그리스" "7인의 신부" 등 굵직한
뮤지컬 무대에 주연급으로 초대됐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맵시를 뽐내는 남편 주원성과 함께 선 무대도
많았다.

"가수활동을 못한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회가 주어지면 정성을 기울여 만든 솔로음반 하나쯤은 내놓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음반작업을 할 시간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초부터 그를 필요로 하는 뮤지컬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바리-잊혀진 자장가" "라이프"앵콜공연, "코러스라인" 등에의
출연스케줄이 잡혀있다.

"최종목표는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에 빼놓을수 없는 배우로 남는 것입니다.

이 목표에 이를때까지 좌절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