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5백억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할 때 로드쇼(투자설명회)를
의무화한 조치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금감위는 지난 8월 투자자를 보호하고 중견기업의 자금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이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철저한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최근 S기업이 실시한 로드쇼에는 단 3명의 기관투자가만이 참석했고 D기업이
주최한 회사채 투자설명회 참석인원도 10명에 못미쳤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먼저 금감위의 채권에 대한 몰이해를 들 수 있다.

채권투자는 주식과 달리 위험변동성이 크지 않아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로드쇼를 개최해야 할 필요가 없다.

또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회사채 원리금의 상환능력 여부는 발행
기업이 로드쇼를 통해 설득할 사항이 아니다.

이를 전담하는 신용평가 전문기관이 엄연히 존재한다.

금감위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통신수단의 발달을 고려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에서 키보드 하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금감위가 이 제도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회사채 발행규모를 대규모화한
것이다.

그 결과 금리 변동폭만 높여놓았다.

최근 중견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은 로드쇼 의무화 때문이 아니라
금융기관 회사채 보유한도 직접규제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박준동 < 증권부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