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앞장서 다그치고 있다.

이런 거센 물결속에서 기자에겐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바로 그룹식 경영을 해체하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인가하는
물음이다.

정부 생각으로는 각 기업별로 독립경영이 가능하게 하고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하면 당연히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느냐는
점과 연관돼 있다.

냉철하게 본다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개별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아니라
선단식 체제에 있다.

한국의 기업인들은 좁은 시장과 뒤떨어지는 신용력을 "그룹"이라는 무기로
극복하면서 세계시장을 향해 자동차 가전제품 반도체 석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을 일궈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선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안됐던 것이다.

정부의 5대그룹 구조조정책은 이러한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를 바꾼후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엔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독립경영 체제만 만들면 과거보다 경쟁력이 높아질 것인가.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규산업 육성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미국정부는 일본정부에 구조조정회의라는 것까지 가지면서 재벌구조 해체를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한국은 역시 미국 세계정책의 모범 사례답게 재벌개혁도 속도전으로
끝낼 가능성이 커졌다.

5대 그룹 구조조정이 미국 논리에 입각한 한국 대기업의 무장해제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강현철 < 산업1부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