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사준 것만으로 한빛은행(상업+한일)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우선 추가부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상업과 한일은행은 지난 9월중 4조3천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팔았다.
부실채권은 1조1천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부실은 또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부실채권으로 바뀔수 있는 요주의여신이 두 은행 합쳐 10조원이라는 추정도
있다.
현대 삼성 등 5대 그룹 계열사중에서도 퇴출될 기업이 남아 있다.
곳곳에 부실채권 증가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이로인해 상업과 한일은행의 올해 적자규모가 3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빛은행 합병추진위원회 이덕훈 부위원장은 "부실채권을 더 솎아내지 않을
경우 경쟁력있는 은행을 만들기가 어려워질 수있다"고 걱정했다.
한빛은행이 추가부실을 최소화하지 못할 경우 고갯마루에 이르지도 못하고
미끄러질수 있다는 우려다.
거래기업의 재무구조와 성장가능성을 따져 여신을 결정할 수 있는 심사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는 연봉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급하다.
내부직원만으로 안되면 외부전문가를 데려오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간섭을 막는 것도 숙제다.
정부는 한빛은행 지분 94.75%를 갖고 있다.
1인 대주주다.
새 은행장을 뽑는데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영에까지 간섭하면 한빛은행의 장래는 어두워진다.
여신결정이나 내부인사등에까지 정부가 주주권을 활용하면 이 은행은 또
다시 부실해질수 있다.
신관치금융 경계론이다.
영국 투자회사인 인디펜던트 스트레티지의 데이비드 로쉬는 타임지 기고를
통해 "한국정부가 국유화된 시중은행을 통해 재벌을 해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우려한 듯 국유화된 시중은행을 시장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즉시 민영화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많은 돈을 주고라도 국제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체이스맨해튼에서 일했던 최동수씨가 조흥은행 상무로, 증권업에 20여년간
몸담았던 김정태씨가 주택은행장으로 선임된 것은 한 예이다.
한국정부와 정책협의를 하기위해 이달초 한국에 왔던 IMF의 아게블리 단장은
"은행은 국제경험이 있는 관리자를 고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병의 긍정적 효과는 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반면 부정적 측면은 곧바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지난 91년 합병한 스페인의 BCH은행은 주변 여건 악화로 업무이익과 당기
순이익, 자기자본이익률및 자산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대내외적으로 합병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빛은행, 하나은행(하나은행+보람은행), 국민은행+장기은행에 이어 부실화
된 조흥은행도 합병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인들은 23일 금융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됐다며 전진대회를 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대 실험은 거친 바다를 향해 막 닻을 올리려 하고 있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