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를 원해...너와 신뢰를 나누고 싶어. 네가 내몸에, 내가 네몸에 입을
맞출 때만 행복할 수 있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층 연극연습실은 열기로 가득하다.

5명의 배우들이 신음 처럼 토해내는 짙은 성적 대사와 몸동작이 빚어내는
뜨거움이다.

그러나 이 뜨거움은 곧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너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면서 복수할거다...넌 후회할 거야. 내 사랑을
거부한 댓가를 치를거야. 난 악마로 변했으니까"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98 우리시대의 연극시리즈" 두번째 작품인
"미친 키스".

27일~12월13일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될 이 작품은 육체적 접촉에만
집착하는 다섯 남녀의 관계를 통해 공황상태에 놓인 현대 도시인의 정서를
드러낸다.

주인공은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며 흥신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남자 "장정".

그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덜기 위해 여성의 육체에
탐닉한다.

그의 주변엔 세명의 여자가 있다.

애인 "신희"는 그의 집착에 환멸을 느껴 떠나려 하고, 동생 "은정"은 어떤
관계에도 위안을 느끼지 못한채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흥신소 의뢰인인 "영애"는 남편 "인호"의 외도로 고통에 시달리며
육체적 자극으로 위로받길 원한다.

이들의 비정상적인 관계는 서로의 소외감만 확대재생산한다.

육체적 접촉은 삶과 사랑에 대한 각자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일방적인
행위일 뿐이기 때문이다.

장정은 결국 허무를 견디지 못한 채 창녀로 전락하는 동생 은정을 살해하며,
스토커로 변해 자신과 주변인물들의 정신적 육체적 삶을 파괴한다.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하는 조광화는 "우리시대의 사랑은 더이상 순수하지
않고 병적으로 뒤틀려 있다"며 "서로에 대한 감정교류 없이 육체적 접촉에서
만 위안받으려는 현대 도시인의 일상에 빗대 진정한 인간관계와 사랑의 모습
을 그리려 한다"고 말했다.

"오구-죽음의 형식" "남자충동" "내마" 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친
이남희가 장정역을 맡는다.

무용과 음악활동을 하다 연극무대에 뛰어든 김수영, 김기순이 각각
은정과 신희로 출연해 열연한다.

화~목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3시, 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580-1250.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