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을 서둘러라"

미주 및 유럽 등 일부 지역으로 나가는 수출화물 해상운임이 잇따라 인상
되면서 관련업체들이 가능하면 선적을 서두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해상운임이 오르기 전에 제품을 선적키로 수출계약을 맺으려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해상화물운송비가 자주 오르면서 수출업체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기계류 수출업체인 K사는 내년에 해상 화물운임이
추가로 오를 경우 연간 7백만달러 상당의 미주지역수출을 포기하기로 했다.

박한 수출 마진으로 치솟는 해상운송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게 K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의 전자부품업체인 Y사 등은 선사가 일방적으로 선적을 늦춰 납기를
지키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무역협회에 하소연해 왔다.

최근들어 수출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도한 화물해상 운송료의 인상으로
부대비용부담이 커진데 있다.

그만큼 수출업체의 채산성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전제품 섬유 기계 타이어 제지 등 부피에 비해 수출단가가 상대적
으로 낮은 품목은 해상화물 운송비인상으로 수출영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제지 타이어 냉장고 기계류의 경우 수출액중 해상화물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다.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주 및 유럽항로의 수출화물 운송비용은 연초에
비해 60~75%가량 올랐다.

지난 1월 1천2백달러였던 미주항로의 컨테이너(40피트 기준)당 해상운임은
그동안 4차례 인상을 통해 2천1백달러로 올랐으며 1천3백달러였던 유럽항로
의 운송비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2천1백달러까지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이지역의 해상화물운송비가 내년에 추가로 오르는데 있다.

최근 태평양 항로 선사들은 내년 5월부터 아시아에서 미국 서안까지 기본
운임을 9백달러씩 인상키로 합의했다.

유럽 지역항로의 경우도 내년 1월과 4월 각각 4백달러와 3백달러씩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5월부터 관련 국내 수출업체들의 화물운송비 부담이 지난
연초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하게 된다.

LG전자 신동원 부장은 "한 컨테이너에 실을수 있는 냉장고는 50여대에
불과한데 운송료가 이런 추세로 오르면 수출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냉장고의 평균 수출영업이익률이 7%에 불과해 콘테이너 한대분을 수출해
봐야 고작 2천달러를 벌기도 버겁다.

그런데 해상화물운송비가 그 이상 오르면 수출을 하기 어렵게 된다.

국내 해운업체(국적선사)들이 미주 및 유럽항로의 해상운임을 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지역 수출은 증가하는데 수입은 큰폭으로 줄어 컨테이너와 선복능력이
부족해져 운임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상운임의 경우 항로동맹의 담합가여서 우리나라 국적선사들이
단독으로 결정할수 없다고 국내 해운사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수출업체들은 이 지역 항로선사들이 가격인상요인 일체를 자신들
에게 전가하며 사실상 왕복요금을 징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하주협의회는 국내 무역업계의 수출에 따른 경상이익률이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일련의 해상화물운송비인상은 수출업계에 주름살을 줄게
분명하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